인수위 “지하철 시위 중지를”…전장연 “이준석 사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9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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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가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내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2.3.29 사진공동취재단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가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내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2.3.29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전달해주세요.”(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전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절박한 마음을 알았으니 오늘부로 (지하철 시위) 중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임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

29일 오전 인수위가 ‘출근길 지하철 집회’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방문했다. 인수위 측은 “정책 자료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면서 출근시간대 투쟁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전장연 측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임이자 간사(국민의힘 의원)와 김도식 인수위원 등은 이날 오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내 회의실에서 전장연 측과 만나 약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박경석 공동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장애인 권리 신장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예산 마련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보건복지부 2023년 탈(脫) 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예산 807억 원 편성 △2023년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 2조9000억 원 편성 △국토부 장애인이동권 예산 제도 개선 △교육부 장애인 평생교육 예산 제도 개선 등의 요구사항을 전했다.

김 인수위원은 “장애인의 기본 권리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 생각한다. 충분히 의견이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시민 분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출근시간대 투쟁을 심사숙고해주시길 바란다. 저희도 세밀하게 살펴보고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임 간사도 “800억 원에서 2조 원까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다.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내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과 면담을 하고 있다. 2022.3.29 사진공동취재단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내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과 면담을 하고 있다. 2022.3.29 사진공동취재단
전장연 측은 인수위에 “4월 20일까지 (수용 여부의) 답을 달라”고 요구했고, 인수위 측은 날짜를 못 박는 대신 “논의하고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대화 막바지 박 대표는 “이준석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임 간사는 “전달하겠다”며 “절박한 마음을 알았으니 시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지양해 달라. (지하철 시위를) 중지해주시고, 소통해서 함께 풀어나가자”고 했다.

임 간사는 전장연과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 앞에서 “오늘 전장연과 소통하기 위해 왔다. 12개의 정책 제안과 40개의 과제가 있었고, 법을 제·개정해달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장애인들이 겪는 애로사항에 함께 한다. 다만 투쟁을 통해 타 시민들의 출근에 방해가 부분들에 있어서는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장연 측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면담 이후 기자들 앞에서 “인수위에서 제안한 출근길 지하철 시민들하고 부딪히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민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담이 실망스러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면담에 함께 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도 “답변을 듣기를 바랐지만 (인수위가) 대통령 선거 전부터 제안해왔던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며 실망감을 보였다.

전장연은 면담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해 달라”고 인수위에 전달했다고 강조했고, 인수위 측도 “이 부분에 대해 이준석 대표에게 전달하겠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이동권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출근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이동권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출근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이날 경복궁역을 출발한 전장연은 충무로역을 거쳐 4호선으로 환승하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이어갔다. 열차 안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출근길 열차가 5~10분가량 지연되자 불만을 표했다. 직장인 김모 씨(59)는 “지하철이 오래 지연될 것 같아 내려서 버스를 탈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시민 불편이 크니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지하철 안의 일부 시민들은 전장연의 발언에 박수를 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동권 시위는 나쁜 장애인과 일반 시민 사이의 다툼이 아니라, 20년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에게서 자신의 기본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시민의 운동”이라고 적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시위 이후 페이스북에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열차 출발을 막는 방식이 지적을 많이 받더니 어제부터 전장연이 그냥 탑승만 하고 있다. 오늘도 인수위 만나고는 탑승만 했다고 한다”며 “탑승 시위만 하니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게 애초에 요구사항이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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