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과정 ‘강제 연행’→‘동원’ 수정… 위안부 수식 ‘종군’ ‘일본군’도 삭제
‘독도=일본땅’ 억지 주장도 계속… 한국 “역사 왜곡 교과서 시정해야”
내년부터 일본 고교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연행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삭제됐다.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 정부 스스로 존재했다는 걸 인정한 ‘종군 위안부’ 표현마저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9일 교과서 검정조사심의회에서 고교 고학년용 교과서 239종이 검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중 역사, 정치경제, 지리 교과서는 31종이다. 31종 모두에서 강제 동원, 종군 위안부 표현이 빠졌다. 특히 31종 중 12종에서 강제 동원, 종군 위안부 등에 대해 당초 명확하게 기술했던 부분 14곳이 검정 과정에서 삭제 및 정정됐다. ‘종군 위안부 대신 단순히 위안부로 써야 한다’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강제 연행됐다고만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난해 4월 일본 정부의 결정이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짓교(實敎)출판의 ‘일본사탐구’ 교과서는 당초 “조선인의 일본 연행은 1939년 모집 형식으로 시작해 1942년부터 강제 연행이 개시됐다”고 기술했지만 검정 과정에서 ‘강제 연행’이 ‘동원’으로 수정됐다. 야마가와(山川)출판 교과서의 “조선인이 징용돼 광산, 공장 등에서 노동을 강제당했다”는 부분은 ‘노동을 강제당했다’는 표현이 ‘일 시킴을 당했다’고 수정돼 불법 강제 사실을 알 수 없게 했다.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한 사실도 알기 힘들게 했다. “많은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가 됐다”는 짓교출판 교과서 기술에서는 ‘일본군’이라는 단어가 삭제됐다.
검정을 거친 사회과 교과서 12종(역사 제외) 중 8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썼고 3종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고 표현하는 등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도 계속됐다.
우리 정부는 이날 “일본 정부가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고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시정을 촉구한다”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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