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35주년을 맞은 대우선재㈜는 각종 산업용 철선을 제조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우량 기업이다.
경기 포천, 충북 충주에 공장을 두고 매년 6만 t 이상의 철선을 산업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신현구 대우선재 대표는 “적극적인 설비 투자와 친환경 설비 구축으로 ‘생산력’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조선, 항공, 방산 등 다양한 시장에 자사 제품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독자 표면 처리 기술로 양질의 소재 공급
대우선재는 1987년 서울 성수동에서 직철선 가공 업체로 첫발을 뗐다. 이어 양주로 이전해 냉간 압조용강선 가공 사업을 시작했고, 1997년 경기 포천시에 첫 공장을 지었다. 현재 본사와 공장이 있는 충주에 둥지를 튼 건 2011년이다. 포천 시절까진 스크루용 철선 공급에 집중하다가 충주로 옮긴 뒤에는 자동차 파스너(Fastener)용 철선에 주력하고 있다.
철선에서 중요한 건 균일한 인장 강도와 표면 처리다. 인장 강도가 들쑥날쑥하면 완성품의 품질에 큰 영향을 준다. 표면 처리는 철선의 부식, 마모 등을 막기 위한 핵심 작업이다. 신 대표는 “기존 선재 가공 업체들은 단순 가공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며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해 파스너 업체부터 자동차 부품 업체까지 다양한 기업에 양질의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피막 표면 처리법과 열처리 공정법을 도입해 품질 차별화에 성공했다. 피막 표면 처리법의 경우 2018년 4월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이 기술은 인산염과 석회 피막 시설로 표면을 처리해 도금 품질을 높여주는 게 특징이다.
신 대표는 “단조(鍛造·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다듬는 것)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구상화 열처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상화 열처리는 철을 적당한 온도까지 가열한 뒤 서서히 식히는 작업이다. 제품의 절삭성, 냉간 가공성 등을 향상해 준다. 다양한 열처리 기술을 통해서 제품 품질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대우선재는 대규모 생산 설비를 바탕으로 연 6만 t의 철선을 생산하고 있다. 신 대표는 “연 3만 t 규모의 구상화 열처리로를 증설해 주요 자동차용 파스너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며 “산업별로 따지면 자동차용 물량이 90%이고, 나머지 10%가 건설과 전자용”이라고 말했다.
수요 대부분은 자동차 분야에서 나온다. 현재 이 회사의 고객사들 중에는 자동차용 파스너 제조업체가 많다. 주 고객사인 삼진정공을 비롯해 올해부터 선일다이파스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 외에 대형 고객사로는 케이피에프가 있다. 다만 수출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신규 거래처 개척을 목표로 앞으로는 주요 전시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 대표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품질’이다. 신 대표는 “품질이 따라주지 않으면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도 아무도 사지 않는다”며 “끊임없는 공정 개선을 통해 철선 품질을 높이는 데 힘써왔다. 대우선재가 짧은 시간 철선 업계의 강자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품질에 대한 신 대표의 고집은 각종 인증 및 수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 우수기업 선정을 비롯해 △충주시 유망중소기업 인증 △중소기업벤처부 이노비즈(INNOBIZ·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뿌리기술 전문기업 인증 △2021년 대한민국 산업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등 소부장 분야의 히든 챔피언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0년엔 한국산업기술원에서 소재·부품 전문 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도 예의 주시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전기차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동차 부품 시장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파스너, 선재 등 기존 부품의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 대표는 이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부품 업계 동향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며 “철강재 대신 타이타늄, 마그네슘, 알루미늄 관련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변화 대응을 통해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또 신 대표는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파스너 등 부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소재를 바꾸고 그에 맞는 설비를 갖춘다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며 조선, 항공,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시장 흐름에 따라 기업도 빠르게 변화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안정적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승계 작업도 한창이다. 현재 대우선재는 신 대표와 차녀 신설아 대표의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1년간 경영 수업을 받은 신설아 대표는 회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미래를 위한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장녀도 현장 및 생산 관리를 맡아 회사 발전에 힘쓰고 있다”며 “승계 작업을 통해 기업 연속성과 함께 탄탄한 경영 구조를 확보해 장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선재는 지난해 코로나 악재 속에도 매출이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제2의 도약’을 위해 설비 투자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표면 처리 라인의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라인 쇼트기 시스템 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방침”이라며 “아낌없는 설비 투자로 환경, 생산 능력 확대뿐만 아니라 조선, 항공, 방산 등 다양한 시장에 자사 제품을 선보이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중소기업은 어떤 조건을 걸어도 채용이 어려운 게 가장 큰 애로사항”라며 “우리 역시 내국인 근로자 없이 외국인 근로자로만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국인 근로자들이 제조 분야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근로 안하는 문화 만들어” 쓴소리
대우선재㈜ 신현구 대표 인터뷰
대우선재 신현구 대표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잘못된 정부 정책제도 때문에 기업 경영난이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도, 또 실업수당 제도로 인해 근로를 기피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이러한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부연했다.
또한 현 정부 들어서 공무원 비중을 늘리면서 현장 인력 채용이 더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중소기업들은 어떠한 조건을 내새워도 직원 채용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며 대우선재도 직원 채용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현장은 내국인 근로자 없이 외국인 근로자들로 구성되어 근무하고, 큰딸과 작은딸 등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 신 대표를 만난 11일 오전 사무실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했다. 신 대표는 “가족경영을 문제 삼아 세무조사가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정부는 국민이 잘살고 기업경영을 잘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제도 확립에 많은 관심 가져주길 희망한다”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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