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해요”“요리법 공유”…품절 대란 포켓몬 빵, ‘책임 소비’로 확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17시 00분


대학생 정모 씨(23)는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이는 씰)을 수집하느라 최근 포켓몬빵을 8개나 샀다. 하지만 빵이 처치 곤란이었다. 고민하던 그는 ‘포켓몬빵 안 질리고 여러 개 먹는 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발견하고 빵으로 브런치를 만들어 먹었다. 빵을 반으로 갈라 치즈와 소스를 넣고 와플기계에 넣어 요리했다. 그는 “빵을 모두 버리기엔 환경오염도 걱정되고 양심의 가책도 생겼다”고 했다.

최근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MZ세대 수집욕을 자극하며 인기가 높아지며 ‘요즘 애들’의 신(新)윤리 소비가 화제다. 띠부씰만 챙기고 빵은 버린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빵 요리법을 서로 알려주고 중고 플랫폼에서 빵을 무료 나눔하며 ‘책임 소비’에 나서고 있다.

1일 SPC삼립에 따르면 포켓몬빵은 다시 판매된 지 한 달여 만에 800만 개가 팔려나갔다. 대형마트 개점 시간에 맞춘 ‘오픈런(개점 시간에 맞춰서 뛰어 들어가 물건 구매)’까지 이어졌다. 띠부씰 교환·리셀에 따른 중고거래도 활발해졌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4~20일) ‘포켓몬’ 관련 키워드 검색량은 약 8만7000건으로 포켓몬빵이 재출시 된 주(2월 21일~27일)의 29배로 급증했다.

이처럼 띠부씰 수집 열풍이 고조되며 빵이 남아도는 경우도 늘었지만 그냥 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빵만 꺼내 따로 밀봉한 뒤 ‘무나(무료나눔)’하는 풍경이 생겨났다.

상당수 편의점에서 포켓몬빵 품절 사태가 빚어진 뒤 포켓몬빵을 구하러 편의점에 들락날락하는 행위가 편의점에 ‘민폐’라는 지적이 나오자 ‘장보기 순회’를 하는 이들도 생겼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최상이 씨(27)는 편의점에 가서 포켓몬빵이 없어도 라면, 햄, 양파 등 라볶이 재료를 하나씩 사서 나왔다. 그는 “빵이 없으면 다른 거라도 사는 게 매너 소비”라고 했다.

다량 구매한 빵을 다양한 레시피로 즐기고 인증하는 것도 유행이다. 온라인에는 딸기크림빵 속에 생딸기와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넣어 먹거나 치즈케이크빵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는 등 질리지 않고 먹는 다양한 후기가 넘친다.

포켓몬빵 신풍속도에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고 이를 SNS에서 확산시키는 MZ세대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자신의 소비가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탐구한다”며 “빵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을 찾고 또 SNS에 공유함으로써 나 자신과 타인에게 훌륭한 소비자임을 보여주는 것도 즐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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