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훈련기 2대 공중충돌… 비상탈출했지만 4명 순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일 03시 00분


“낙하산 내려와 안도했는데…” 1일 경남 사천시 정동면 상공에서 비상 탈출한 조종사 2명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1시 36분경 비행 훈련 중이던 공군 KT-1 훈련기 2대가 충돌해 조종사
 4명이 모두 사망했다. 오른쪽 사진은 인근 야산에 전투기 파편이 떨어져 있는 모습. 사천=뉴스1
“낙하산 내려와 안도했는데…” 1일 경남 사천시 정동면 상공에서 비상 탈출한 조종사 2명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1시 36분경 비행 훈련 중이던 공군 KT-1 훈련기 2대가 충돌해 조종사 4명이 모두 사망했다. 오른쪽 사진은 인근 야산에 전투기 파편이 떨어져 있는 모습. 사천=뉴스1

경남 사천에서 비행 훈련 중이던 공군 훈련기 KT-1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조종사 4명이 모두 순직했다.

공군과 소방당국은 “1일 오후 1시 32분경 공중비행훈련을 위해 이륙한 KT-1 훈련기 2대가 비행기지에서 남쪽으로 6km 떨어진 지점 상공에서 충돌했다”고 밝혔다. 훈련기 중 한 대는 계기비행 중이었으며, 사고 직후 조종사들은 비상 탈출을 시도했다. KT-1 훈련기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2인승 기본 훈련기다. 2000년 8월에 실전 배치됐는데 공중에서 훈련기가 충돌해 추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추락한 훈련기에는 교육을 받고 있던 학생조종사(중위)와 군무원 신분인 비행 교수가 타고 있었다. 훈련기 파편 중 일부가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에 있는 교회 옥상과 주차된 차량에 떨어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공군은 대책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비상탈출했지만… 조종사 모두 숨져


사천서 공군 훈련기 2대 공중충돌 …이륙 4분뒤 충돌 야산-들판에 추락
파편 일부 민가 떨어져… 주민들 놀라… 軍, 대책본부 구성 사고원인 조사
국내 첫 독자개발 ‘2인승 훈련기’ …초중등 조종사 훈련에 80여대 운영

경남 사천에서 1일 공군 훈련기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했다. 이 사고로 훈련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4명이 순직했다. 올 1월 F-5E 전투기 1대가 기체 이상으로 경기 화성시의 한 야산에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군 비행기가 추락했다.

공군과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2분경 공중비행 훈련을 위해 제3훈련비행단 소속 KT-1 훈련기 2대가 사천기지를 이륙했다. 약 4분 뒤 비행기지에서 남쪽으로 6km가량 떨어진 사천시 정동면 상공에서 충돌했다. 사고 직후 조종사는 낙하산으로 비상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 조종사 4명 사망…아수라장 된 마을

이날 오후 정동면 화암리 사천읍교회 인근에서는 군인과 경찰이 통제선을 구축하고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이었다. 군에 따르면 훈련기 한 대는 사천읍교회 인근 야산에, 다른 한 대는 인근 들판에 추락했다. 사고 직후 3명이 발견됐고, 1명은 수색 3시간 후인 오후 4시 22분경 인근 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김종포 씨(61·경남 진주시)는 “산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낙하산을 멘 사람 2명이 교회 근처 논에 떨어져 있었다. 가 보니 농로 쪽에 있는 한 명은 아예 형체를 알기 힘들 만큼 처참한 모습이었고 다른 한 명은 형체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움직임이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200여 m 떨어진 곳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A 씨(65)는 “귀를 찢을 것 같은 큰 굉음이 들려 깜짝 놀랐다”며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조종사들은 모두 살았겠구나’라고 안도했는데 숨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폭발로 훈련기 파편 중 일부가 사천읍교회 지붕에 떨어져 불이 붙었지만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인근에 주택도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고 주차된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주민들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
○ ‘경로 중복’ ‘기계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
군과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2대 등 소방장비 28대와 인력 133명, 수색견까지 동원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공군은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로 순직한 네 분의 명복을 빈다. 조국의 하늘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이날 훈련기는 한 대가 먼저 이륙하고 곧바로 나머지 한 대가 뒤따랐다. 앞선 훈련기는 시계비행을 했고 나중에 이륙한 훈련기는 계기비행으로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계비행은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지형지물을 확인한다. 반면 계기비행은 날씨가 안 좋을 때를 대비해 비행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해 비행한다.

두 훈련기는 훈련 지역으로 이동하던 중 경로가 겹쳐 충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날 사천지역 기상은 시야를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KT-1 훈련기는 2인승으로 보통 앞에는 학생조종사(중위)가 탑승하고, 뒤에는 비행교수(군무원)가 탄다.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조종이 가능해 조종 미숙보다는 기계 결함 때문에 충돌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추락한 KT-1 훈련기는 2003년 11월에도 비행교육 훈련 중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당시 공군은 “조종사의 엔진 전자제어장치 스위치 조작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KT-1 훈련기는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된 첫 기본 훈련기다. 사천에 본사를 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고 있다. 1991년 첫 비행 후 2000년 8월부터 실전 배치됐고 현재 80여 대가 운영 중이다. 초중등 조종사를 훈련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공군훈련기#공중추돌#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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