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참모인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치 경험이 짧은 윤 당선인을 보좌하기 위해 현역 의원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일부는 비서실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은 의원직을 떼야 하는 현역 의원을 가급적 배제하되 정무 감각이 검증된 경륜 있는 인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참모 조직에 대한 개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없애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청와대의 ‘3실장 12수석’ 체제는 정책실장직을 폐지하고 대통령일자리·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없애 보다 슬림화된 대통령실 체제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 尹 “(비서실장에) 현역 의원은 근거 없는 얘기”
당초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5일 기자들과 만나 장 실장이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현역 의원인데, 그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장 실장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인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당선인 총괄보좌역인 같은 당 이철규 의원 등도 후보군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최근 측근들을 대통령 참모로든, 국무위원으로든 많이 안 쓰는 게 좋다는 의견이 윤 당선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현역 의원이 의원직을 떼고 다른 직책을 맡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장 실장이 이날 거듭해서 “(여의도로 돌아가겠다는) 제 마음은 변한 게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 실장은 “비서실장은 정무 감각이 검증된 경륜이 있는 분을 삼고초려해서 모시려고 한다”며 “(제가) 직접 뵌 분이 있고 그 접촉된 분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을 가급적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인수위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원 위원장 측 인사는 “원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다 하겠다고 결심한 상태”라고 전했다. ‘경제통’인 강석훈 당선인 정책특보도 거론됐다.
다만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과 호흡을 잘 맞추는 인물이어야 하는 만큼 인선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당선인이 특정 누군가에게 읍소하고 있는 상태는 전혀 아니고, 적임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최근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재확인했다.
○ 尹 측 “국정원장 비정치인 우선 검토”
국가정보원장 인선도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함께 상대적으로 지체되는 분위기다. 국정원장은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이른바 ‘빅3’로 불리는 핵심 직책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장과 함께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축인 국가안보실장엔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이 사실상 확정인 상황이다. 국정원장의 경우 정치인 출신 또는 국민의힘 소속 현직 의원도 거론되지만 인수위 내부에서 안보 전문가 기용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정치인보다는 전직 국정원 출신 또는 전문가 그룹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직 국정원 고위직 중에 내부에서 신망받는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정보기관과의 소통과 국정원 내부적으로 윤 당선인과 가까운 힘 있는 정치인이 새로운 국정원의 기틀을 잡아주기를 원하는 기류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권영세 조태용 의원 등의 발탁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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