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쇼맨: 어느 독재자의~’
우연히 만난 괴짜 노인-마트 직원
‘타인 모방하는 삶’ 덧없음 깨달아
미국 뉴저지주의 어느 소도시. 대형마트 직원인 한국계 입양아 수아가 수상한 괴짜노인 네불라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을 사진작가라 속인 수아에게 네불라는 촬영을 의뢰한다. 촬영 과정에서 알게 된 네불라의 정체. 그는 미치광이 살인마로 알려진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였다.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1일 개막한 뮤지컬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는 가짜 독재자와 가짜 사진작가가 만나 각자의 모습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을 만든 ‘한이박 트리오’(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가)의 3년 만의 신작이다.
남 흉내를 잘 냈던 8세 소년 시절부터 극단에서 단역을 전전하던 청년, 독재자 대역으로 군중 연설을 담당했던 때까지…. 주인공 네불라를 번갈아 가며 연기하는 배우 윤나무, 강기둥은 나이를 초월한 연기로 한 남자의 인생을 펼쳐낸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수아(박란주, 정운선)는 스스로를 몸이 아픈 동생을 돌보는 보모쯤 된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인물. 직장에서도 병가로 공석이 된 상사의 직책을 맡고자 상사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좇으며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나간다. 타인을 모방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수아는 자신이 혐오하는 네불라와 다르지 않다는 걸 차츰 깨닫는다.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넘버 ‘인생은 내 키만큼’의 무대 연출은 극 전체를 함축한다. 심해가 차오르는 듯한 청색 조명이 전신을 감싸면 네불라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허우적댄다. 이때 울려 퍼지는 넘버 ‘인생은…’ 속 가사 “인생은 내 키만큼의 깊은 바다”에 대해 한정석 작가는 “아무리 키를 뛰어넘는 깊이의 바다여도 애써 뛰어올라야 숨쉴 수 있다는 삶의 굴레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굿 걸’ 등 넘버는 금세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귀에 꽂힌다. 뮤지컬에선 생소한 트럼펫을 포함해 바이올린, 첼로 등 6인조 관현악 밴드가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는 것도 매력이다. 이선영 작곡가는 “네불라가 느꼈을 쓸쓸함과 트럼펫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악기가 됐다”고 말했다. 5월 10일까지, 전석 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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