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이전되는 ‘용산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정부가 국방부 부지와 인접한 주한미군 장군 숙소 부지를 시민에게 개방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군 장군 숙소 부지는 이르면 3분기(7∼9월) 중으로 현재 개방된 미군 장교 숙소 부지처럼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민에게 개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이 용산 집무실에서 열릴지 등 새 정부의 ‘첫 손님 맞이’ 장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집무실 남쪽 ‘장군 숙소’ 이르면 3분기 개방
17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4일 ‘용산 부분 반환부지 활용을 위한 토양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해 관련 부지를 시민에게 개방하기 위한 절차를 본격 시작했다. 이번 용역은 올해 2월 주한미군에 반환받은 장군 숙소를 임시 개방했을 때 토양 오염물질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를 평가한다. 인체 유해 물질이 기준을 초과했을 때는 유해 물질 저감 방안도 함께 마련된다.
국토부는 3개월간의 용역을 마치는 대로 개방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숙소 부지인 만큼 환경오염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유해성 평가 결과에 큰 문제가 없으면 주변 환경을 간단히 정비한 뒤 그대로 개방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군 숙소 부지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용산공원 개방 부지로 떠오른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일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구상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군 숙소 부지는 국방부 부지 남쪽 밑에 맞닿아 있어 국방부에 조성될 시민공원과 바로 연계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발표하며 “국방부 부지와 미군기지 반환 부지를 연계해 신속하게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군 숙소 부지는 총 5만7000m²(약 1만7200평)로 2020년 7월 먼저 개방한 주한미군 장교 숙소 5단지(서울 용산구 서빙고역 인근)처럼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교 숙소는 2∼3층의 연립주택 단지로 면적도 5만 m²로 장군 숙소 부지와 비슷하다. 붉은 벽돌 건물이 늘어선 데다 오래된 나무가 많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방문이 이어지며 인스타그램 등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장군 숙소는 단독주택 위주로 장교 숙소와 분위기가 또 달라 많은 시민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공원 개방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지를 포함해 용산 미군 기지는 전체 203만 m² 중 50만 m²(25%)가 올 상반기(1∼6월)까지 반환된다. 현재 전체 면적의 10%를 조금 웃도는 21만8000여 m²만 반환된 상태다. 2020년 12월 반환된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4만5000m²)와 장교숙소 북측 소프트볼장(8000m²)도 2분기 중 임시 개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땅을 굴착하는 등 본격적인 공원 조성은 부지 반환이 완료된 후 진행하더라도 임시 개방할 수 있는 부지들을 우선적으로 찾아서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고 했다.
○ 정상회담 만찬, 청와대 영빈관·제3의 장소 물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1일 전후로 방한하는 일정을 협의 중인 가운데 ‘용산 대통령 시대’의 첫 손님 맞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 처음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통상 청와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해왔다.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일부터 국방부 청사에 임시 집무실을 만들고 업무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회담은 집무실 이전과 청사 리모델링 작업 속도에 따라 국방부 임시 집무실에서 열거나 제3의 장소를 물색해 개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찬 장소도 과제다. 그간 외국 국빈을 맞을 때에는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했지만, 대통령 집무실 부지에 영빈관 역할의 건물을 짓는 데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국방컨벤션센터와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만찬 후보지로 거론된다. 기존 영빈관을 일시 사용하거나 서울 시내 호텔을 활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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