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필요 없는 시대”… SK에코플랜트, 버려진 페트병 활용한 ‘꿈의 철근’ 생산 추진

  • 동아경제
  • 입력 2022년 4월 20일 16시 35분


세계 최초 페트병 재활용 친환경 철근 대체제 개발
탄소배출 50%↓… 철근보다 강도 2배↑·무게 4분의1 수준
케이씨엠티·카본화이버앤영 등과 공동 특허 출원
연산 4만 톤 규모 ‘GFRP 보강근’ 생산설비 공동 투자
5년 내 연간 20만 톤 규모 생산 확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보강근이 만들어지는 과정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보강근이 만들어지는 과정
가까운 미래에는 철을 사용하지 않은 아파트에 살면서 평생 부식되지 않는 자동차를 타는 시대가 실현될 수 있을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가 세계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과 유리섬유를 활용한 철근 대체재 생산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해당 대체재는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기존 철근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여 환경 친화적이면서 녹이 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 강도는 2배가량 강하고 무게는 4분의1 수준이다. ‘꿈의 철근’으로 불려도 손색없다.

SK에코플랜트는 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철근 대체물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보강근(가칭 케이에코바, KEco-bar)’ 생산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GFRP 보강근 전문기업 케이씨엠티(KCMT)와 친환경 신소재 기술기업 카본화이버앤영 등과 함께 케이에코바 생산라인 구축에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GFRP 보강근은 철근으로 불리는 보강근(리바, Reinforcement bar)을 철이 아닌 GFRP로 만든 것이다. GFRP 소재는 철근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소재로 알려졌다. 이미 건축자재와 자동차, 항공기, 선박 부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열에 의해 변형되지는 않지만 고온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녹슬지 않는 GFRP 보강근(왼쪽)과 철근 비교
녹슬지 않는 GFRP 보강근(왼쪽)과 철근 비교
생산과정에서 철근과 달리 고철이나 석회석 등을 사용하지 않아 탄소배출량이 50% 이상 적다고 SK에코플랜트 측은 설명했다. 특히 SK에코플랜트와 KCMT, 카본화이버앤영 등 3개 업체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GFRP 보강근 생산에 필요한 원료 중 하나인 ‘함침제’를 생산하는 기술 관련 공동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함침제는 유리섬유를 환경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고 섬유배열을 유지하면서 개별 섬유 간 하중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원료다.

GFRP 보강근은 철근과 달리 내부식성이 강해 녹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해안가나 교량, 댐 등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도 우수한 내구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준공 이후 건축물 유지보수도 용이하다고 SK에코플랜트 측은 전했다. 가볍고 단단해 시공편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GFRP 보강근은 다양한 장점을 인정받아 지난 1990년대부터 미국과 독일 등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 산업 분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탄소감축 정책을 전개하면서 GFRP 보강근 최대 생산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GFRP 보강근의 우수한 성능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현재 구체적인 설계기준을 수립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 수가 부족하고 철근에 비해 단가가 높아 특수한 공정에만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GFRP 보강근. 무색 뿐 아니라 유색 페트병도 재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GFRP 보강근. 무색 뿐 아니라 유색 페트병도 재활용할 수 있다.
3개 업체가 협력해 공동으로 구축에 나서는 GFRP 보강근 신규 공장은 전 공정 자동화를 통해 기존 철근 수준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80개 생산라인을 구축해 오는 2024년까지 연간 4만 톤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추가 투자를 통해 2027년에는 생산능력을 연간 20만 톤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2리터 페트병 한 개로 1m(760g) 길이 함침제를 생산할 수 있다. 20만 톤 규모 케이에코바 생산 시 필요한 페트병 수는 연간 약 3억 개 수준이라고 한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조정식 SK에코플랜트 에코솔루션부(BU) 대표는 “케이에코바는 건설자재 특성상 색상에 구애받지 않아 투명한 페트병 뿐 아니라 유색 페트병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며 “페트병 자원순환율을 높이면서 시공편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건설 원자재 시장에 닥친 위기를 혁신적인 친환경 소재 개발을 통해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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