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9시 5분경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이날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강행하자 시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전장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의 날’인 20일까지 장애인 관련 예산 확보를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인수위의 답변이 미흡하다며 21일부터 출근길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경 경복궁역에서 기자회견과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어 오전 9시경부터 박경석 공동대표를 포함한 10여 명의 활동가들이 휠체어에서 내린 뒤 지하철 바닥을 두 손으로 기어가며 열차에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역 안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고 뒤이어 도착하는 열차가 줄줄이 연착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 남성이 “시민들이 왜 불편을 겪어야 하냐. 사과하라”고 소리쳤고 일부 시민과 시위 참가자 사이에 실랑이도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출근길 시민, 취재진 등 수백 명이 뒤엉키며 혼란이 빚어졌다.
전장연 측은 전날 2, 3호선에서 시위를 벌였지만 이날은 3호선 ‘경복궁역∼동대입구역’ 구간 6개 역에서만 시위를 했다. 전날 열차 운행이 35∼72분 지연됐던 것과 달리 이날은 5분가량만 지연됐다. 전장연 관계자는 “2001년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계속 요구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를 약속하면 시위를 멈추겠다”고 했다.
한편 장애인 단체인 한국교통장애인협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다음 주초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맞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상식적 시위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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