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로 시행 3개월째를 맞지만 그동안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되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5일까지 접수된 현장의 사망사고 건수는 1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증가했다. 추락, 깔림, 끼임, 충돌 등 법 시행 전에도 많았던 사고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도를 높이겠다던 이 법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물론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공기(工期) 단축에 집착하며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안전모 미착용, 안전띠·안전망 시설 미비 등 기본을 무시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재(人災)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늘어난 것은 현행 제도가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하청업체는 안전시설 확충에 많은 돈을 쓰기 힘들고, 안전 전문가 중 지방근무를 원하는 사람도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일벌백계하겠다는 엄포만으로 안전도를 높이기는 어렵다.
안전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83개 기업들은 대부분 이 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전 담당자는 안전 교육 증거를 사진으로 남기느라 진이 빠질 지경이고, 안전 관련 행정서류는 법 시행 전의 1.5배로 늘었다. 사고가 나면 기업인은 광역노동청, 지방노동청, 경찰 등 3개 기관에 불려 다녀야 한다. 사고 예방 효과는 없는데 상전만 늘어난 격이다.
중대재해법은 처벌 대상인 안전보건 담당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해외 파견자도 법 적용 대상인지 등 애매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법을 서둘러 시행한 것은 안전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었다. 제도 시행 초기 법의 미비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사망사고 시 책임을 엄중히 묻되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현장을 안전하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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