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수도 베이징 하이뎬구에 있는 런민대학 광장에는 학생들과 교직원 수백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베이징 북서쪽에 있는 하이뎬구는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등 명문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차오양구 주민 350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던 베이징시의 방침이 하루 만에 확대돼 하이뎬구를 포함해 총 12개 구(區)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 12개 구의 인구는 2000만 명으로 베이징 인구 약 2188만 명의 90%를 차지한다. 1주일 안에 사실상 베이징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검사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베이징 전역에 대한 봉쇄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베이징 시내 곳곳 검사 행렬 1㎞
시청구, 하이뎬구, 스징산구 등에서는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수 검사 지역에 포함됐다. 검사 대상자가 너무 많다보니 이날 베이징 시내 곳곳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늘어선 행렬이 짧게는 200~400m, 길게는 1㎞에 달했다. 줄을 서 있던 대학생 쉬(徐·21)모 씨는 “전날 밤부터 교내 슈퍼마켓에 물건이 완전히 동났다”면서 “학교 단위로 봉쇄될지, 건물 단위로 봉쇄될 지 알려진 정보가 하나도 없다보니 두려움이 더 커졌고 대학생들마저 사재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전날 1차 검사를 마친 차오양구 주민들 사이에선 확진자 발생지역 등 각종 소문이 퍼지고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 지역 아파트 이름과 동 호수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른 불안감이 사재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 “문화공연, 체육행사 금지”
베이징시 당국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는 무증상 확진자를 통한 무차별적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의 경우 봉쇄 직전인 지난달 27일 전체 확진자 3550명 가운데 무증상 확진자가 거의 대부분인 3500명에 달했다. 선제적이고 광범위한 전수검사를 하지 않으면 상하이처럼 무증상 확진자를 통한 ‘조용한 확산’이 이뤄질지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5일 베이징에서는 33명이 신규 확진됐다. 전날 14명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30일부터 중국의 5월 황금연휴인 노동절 연휴(30일~5월 4일)가 시작된다. 그 전에 확진자를 찾아내 이들의 활동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쉬허젠(徐和建) 베이징시 대변인은 25일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외출이나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회의, 포럼 등 호텔 행사도 모두 중단하고, 문화공연이나 체육행사, 전시회 등 대규모 행사도 열어선 안 된다”며 사실상 금지 명령을 내렸다. 팡싱훠(龐星火) 베이징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도 “연휴 동안 불필요하게 베이징 외부로 나들이를 가거나 외식을 하는 등의 움직임을 최소화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루새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사실상 봉쇄지역인 임시 관리통제구역도 확대됐다. 전날 차오양구 남부 판자위안(潘家園) 일대 가로 2.8㎞, 세로 2.5㎞ 크기였던 관리통제구역이 26일 동쪽으로 1㎞가량 더 확대됐다. 이 지역 주민은 2주 동안 출입이 금지된다.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홍콩 밍보에 따르면 25일 오후 10시까지 베이징의 서우두(首都) 공항과 다싱(大興) 공항의 항공기 취소율이 80%에 달했다. 이날 서우두 공항에 예정된 990개 항공편 중 791편이 취소됐고 다싱 공항에서는 902편 중 728편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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