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쇠퇴’ 통영·군산, 청년인구 유출 가속 “소멸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9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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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대도시도 안전 지역 아냐
포천-동두천시, 수도권 내 타지역으로 인구유출
부산도 4개 구 소멸위험지역 분류

경남 통영
경남 통영
경남 통영시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주민 4061명이 지역을 떠났다. 올 3월 말 기준 통영시 인구는 12만4872명. 9개월 사이 전체 인구의 약 3%가 줄어들었다. 이는 오랜 조선업 불황의 여파다. 인구가 걱정스러운 수준으로 줄자 통영시는 셋째 아이부터 지원하던 출산지원금을 2020년부터 첫째 자녀부터 지급하는 등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인구 유출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29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지방 위기의 핵심 원인은 일자리 부족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통영시와 전북 군산시다. 통영시의 소멸위험지수(지역 내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전체 인구로 나눈 값)는 2015년 0.82에서 2020년 0.50, 올 3월엔 0.39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군산시도 0.82→0.58→0.49로 하락했다. 이 지수가 0.5 이하가 되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두 지역은 최근 기반 산업이 붕괴된 공통점이 있다. 한 때 1만8000여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던 통영시의 조선업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급격히 위축됐다. 2018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이 2020년 재가동됐지만, 고용 회복은 아직 더디다. 군산시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17년 가동을 멈췄고, 이듬해 한국GM 군산공장마저 폐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2019년 통영과 군산의 제조업 취업자는 각각 38.3%, 26.3% 줄어 전국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그나마 남은 일자리도 수도권 등 대도시와 비교하면 격차가 커 지방 청년의 유출이 계속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멸위험지수 0.2 이하인 ‘소멸고위험지역’의 고용보험 가입자 평균임금은 소멸 위험이 낮은 지역의 84.3%에 불과했다. 박진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인구 감소의 본질은 저출산보다는 인구 유출”이라며 “일자리와 교육, 복지 등 정주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경기 포천시와 동두천시는 이번에 처음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수도권 안에서도 더 좋은 일자리나 생활 인프라를 찾아 이주하기 때문이다. 부산도 16개 구 가운데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이상호 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은 “대도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뿐 아니라, 높은 집값 때문에 인근 신도시로 이주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대도시의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주 열풍이 불었던 강원 속초시나 주요 관광지로 떠오른 전남 여수시 역시 ‘인구 절벽’의 높은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도 이번에 소멸위험지역에 새로 포함됐다. 은퇴자 이주로는 출산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관광객 유입으로는 정주 인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소멸위험지역 113곳 중 소멸위험지수가 0.2~0.5 미만인 ‘소멸위험진입지역’은 68곳,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인 ‘소멸고위험지역’은 45곳이었다. 정상지역(소멸위험지수 1.0~1.5 미만)은 2년 전 40곳에서 올해 23곳으로 줄었다. 광역시도 중에선 기존 전남과 경북에 이어 강원과 전북이 새로 소멸위험지역으로 포함됐다.

국내에서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각각 0.11)이었고, 전남 고흥군과 경남 합천군, 경북 봉화군(각각 0.12)이 뒤를 이었다. 소멸 위험이 가장 낮은 지역은 경기 화성시(1.44)였다. 대전 유성구(1.36), 세종시와 울산 북구(각각 1.32)도 소멸 위험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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