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의 6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 대해 11차례나 검사를 했지만 횡령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회계법인, 금융당국조차 대규모 횡령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11차례 종합 및 부문 검사를 실시했다. 일반은행검사국, 기획검사국, 은행리스크업무실, 외환감독국, 금융서비스개선국 등이 동원됐지만 부동산개발금융 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 금융실명거래 확인 의무 위반 등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 A 씨는 3차례에 걸쳐 은행 자금 614억여 원을 개인 계좌 등으로 빼돌렸다. 특히 우리은행은 2013년 종합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민영화 이슈 등으로 미뤄진 끝에 2014년 검사 범위가 축소된 종합 실태평가를 받는데 그쳤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현장 종합검사도 이뤄졌지만 금감원은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부실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이 직원의 고의적인 서류 위조까지 적발해내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11차례나 검사가 이뤄졌는데도 거액의 횡령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검사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은보 금감원장도 검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정 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금감원 검사나 감독을 통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을 적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 사람의 악한 마음과 이기적인 범죄로 모두가 땀 흘려 쌓아 올린 신뢰가 한순간에 송두리째 흔들리고 말았다”며 “횡령 당사자와 연관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A 씨가 횡령 당시 근무한 기업개선부 등 관련 부서와 A 씨와 공범인 동생 B 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자료와 컴퓨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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