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바꾸고 어느덧 만 2년 6개월, 햇수로는 4년 차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막내일 것만 같았는데 우리 팀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오랜 경력의 반장님들이 도맡아 가르치고 나는 옆에서 간단한 조언만 거들었다면, 최근에는 내가 직접 가르치고 있다. 기술직의 특성상 도제식으로 모든 작업을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고 배워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가 처음으로 만나는 사수는 아주 중요하다. 조금 과장한다면 첫 사수가 그의 도배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기술자들이 자신의 기술을 알려주지 않기 위해 초보자가 있을 때에는 일부러 일을 쉬는 척하다가 초보자가 다른 곳에 가면 그제야 일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회식 자리에 참석해 술김에 물어봐야만 겨우 한두 개의 팁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배웠다는 나도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그만둘 뻔한 위기가 참 많았다. 싫은 소리에 구박도 많이 받았고, 한참 동안 허드렛일만 한 뒤에야 제대로 벽지를 붙여볼 기회를 얻었다. 후배들을 가르치다 보니 아무래도 힘들게 배운 경험담을 들려주게 된다. 그런데 하루는 한 후배가 물었다. 그렇게 어렵게 배운 기술을 왜 이렇게 전부 다 쉽게 알려주느냐고.
그 이유는, 내가 알려주는 것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그에게는 도배를 하며 처음 마주하는 환경인 동시에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성장해 다른 누군가를 가르칠 때 나와 비슷한 방법 혹은 더 나은 방법으로 알려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기술을 알려줄 것처럼 희망을 주면서 실제로는 의미 없는 심부름만 시키고, 그 시간을 버텨낸 사람에게만 상처럼 기술을 알려주는 것은 분명한 악습이다.
또 기술을 빨리 알려주는 것은 일의 효율에도 도움이 된다. 어차피 시간을 써서 알려줄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초보자에게 기술을 가르치려면 당연히 내 작업 속도도 느려지고 실수를 대신 수습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일 때보다 작업이 더딘 경우가 많다. 선배는 후배의 실수를 바로잡아주고 원인을 파악해 가르칠 의무가 있다. 몸으로 익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 시간은 초보자 혼자가 아니라 선배 기술자도 함께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두 사람의 손발과 호흡이 빨리 맞을수록 일의 효율도 높아진다. 초보자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넓혀줘야 기술자 자신의 기량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일하는 현장을 포함한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불합리함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문화를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바꿀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바뀌는 것이다. 내게 배운 후배들은 앞으로 더 많은 그들의 후배에게 나보다 나은 방법으로 알려주고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모여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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