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비상사태’ 전윤환 연출가
무대 위에 올릴 재료 찾기 위해 피폭노인-새만금갯벌 인근 주민 등
기후위기 겪은 당사자들 직접 만나… “개인 서사로 기후위기 전달할 것”
11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서 개막
다큐멘터리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은 연출가 전윤환(36)에게 비교적 최근 벌어진 경험을 담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지난해 6월 국립극단으로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연극 연출을 제안받았던 시점에서 시작된다. 작품을 올릴 공연장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이었다. 8년 차 연출가인 그에게 명동예술극장은 꿈의 무대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기후위기라는 작품 주제보단 좋은 극장에서 작품을 올릴 수 있다는 데 사로잡혀 있었다”며 “개인의 욕망에만 충실한 제 마음이 기후위기를 불러온 인간의 욕심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11일 개막하는 ‘기후비상사태’는 기후위기란 자연과 공존하기보다 욕망을 우선시한 인류가 초래한 결과라 말한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편하게’와 같은 욕심의 결과가 기후위기잖아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 되게 하려면 개인 서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배우는 11명. 나이와 성별은 각양각색이지만 모두 연출가 전윤환을 대리하는 ‘나’로 등장한다. 무대 위에 풀어낼 재료를 찾기 위해 전 연출가는 보름간 여행을 떠난다.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되는 자연에서 기후위기를 직접 겪은 당사자를 만난다. 부산 가덕도에 사는 수달 가족, 경주 원자력발전소 인근 피폭된 70대 노인, 자신이 ‘기후악당’처럼 느껴진다는 보령 화력발전소의 근로자, 신공항 건설로 매립 위기에 놓인 새만금 수라 갯벌 인근 주민 등이다.
“기후위기는 너무 먼 지구의 문제 같잖아요. 내 문제가 되려면 결국 직접 체험해야 해요. 이 문제를 오래 보고 듣고 물음을 품은 사람만이 감각할 수 있습니다. 제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배우들을 관통해 궁극적으로는 관객에게 닿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 1월 광주 아파트 붕괴 사건도 극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더 빨리, 높게 건물을 지으려는 욕심이 불러온 결과이기에 기후위기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배제와 착취, 폭력이 발생했고 이것이 재난을 유발했어요. 우리가 만든 시스템에서 계속 사람과 동물이 죽어나간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와 속성이 같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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