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가는 기본적으로 도전자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가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장 경쟁에 휘둘릴 수 있는, 굳지 않은 땅에 서있는 나무와 같다. 때문에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스타트업은 방황한다. 회사 자금을 관리해야 하는 회계/재무부터, 필요한 직원을 채용하고,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인사(HR) 업무, 생각하고 있는 바를 구현하기 위한 개발 등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계란 속 병아리가 바깥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계란 벽을 쪼는 것을 '줄(口+卒)'이라고 하며, 이 소리를 듣고 어미 닭이 바깥에서 계란 벽을 쪼아 돕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어미 닭의 도움은 안에서 벽을 두드리는 병아리보다 빨라도, 늦어서도 안된다. 안팎의 타이밍, 그 찰나의 순간을 맞춰야 건강한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태어날 수 있다. 스타트업이 세상이라는 경쟁에서 스케일업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얻는다면 어떨까.
SGI서울보증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자 나섰다. SGI서울보증은 지난 2021년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자 ‘SGI상생플러스(이하 상생플러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설립 만 7년 미만 스타트업 대상으로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협업파트너십’ 3개 분야로 나눠 모집해 총 189개의 스타트업이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이 중 최종 10개 사를 선발했다.
SGI서울보증은 선발한 스타트업에게 사업지원금과 희망분야 맞춤형 교육 및 컨설팅을 제공하고, 데모데이를 통해 외부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협업파트너십 분야 스타트업과는 업무협업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IT동아가 최종평가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성과를 발표한 ‘상생데이’와 SGI서울보증 협업모델을 발표한 ‘플러스데이’에서 입상한 5개 기업을 직접 만나 그들의 도전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상생데이에서 2위를 차지한 크레파스솔루션의 김민정 대표와 나눈 이야기다. 크레파스솔루션은 빅데이터 등 비금융/비정형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대안신용평가 STEPS’를 개발해 금융위로부터 전문개인신용평가업(대안CB) 본인가를 획득한 스타트업이다.
국내 첫 대안신용평가사 1호 기업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크레파스솔루션은 어떤 기업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민정 대표(이하 김 대표): 외람되지만, 크레파스솔루션은 일발적인 스타트업과 조금 다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지난 2021년 12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국내 최초로 선정한 비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1호 신용평가사로 본인가를 받았다.
이번 금융위의 신용평가업 인가는 지난 2005년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신용평가업 인가를 내준 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데이터3법 중 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른 최초의 전문개인신용평가업 허가다. 사실 우리도 본인가를 받으며 어안이 벙벙했었다(웃음).
IT동아: 신용평가…. 은행으로부터 대출 같은 금융상품을 받을 때 필요한 신용점수를 말하는 것인가.
김 대표: 맞다. 다만, 크레파스솔루션이 진행하고 있는 것은 기존 금융 정보 이외의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대안신용평가’다.
*대안신용평가: ‘대체정보(alternative data)’로 불리는 비(非)금융정보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기존 금융거래 등 금융정보만으로는 대출자의 신용능력을 정교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금융정보가 부족해 평가가 어려운 소외계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등장한 기법이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더 이상 잘 허가를 내주지 않는 독과점 시장이었지만, 새로운 인가를 받아 조금 놀랐었다. 무엇보다 금융정보가 아닌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로는 최초인데, 스타트업에게 본인가를 내줘서 많이 당황했다. 예비인가를 받은 뒤 본인가까지 230일 정도 걸렸다. 정말 빠르게 받은 셈이다(웃음).
IT동아: 보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 대표: 크레파스솔루션은 1990년대 후반, 해외 신용평가 모델을 국내에 들여왔던 팀이 다시 모여 지난 2015년 설립했다. 기존 신용평가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해결하고 싶었다. 지금의 국내 신용평가는 금융거래 이력을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 은행 거래가 거의 전무한,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대출과 같은 금융 상품을 이용하려면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 거래가 없어 신용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지 평가할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신용자로 분류된다.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금융정보로 신용을 평가하는 대안신용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용평가, 신용등급은 모델만 잘 만든다고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존 신용평가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신용자에게 제대로 신용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싶었다.
크레파스솔루션이 도전하는 영역이다.
IT동아: 대학생을 예로 들었는데… 정리하자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저신용자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는 말인가.
김 대표: 맞다. 이제 막 20살에 접어든 청년을 예로 들어보자. 청년도 목돈이 필요할 수 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의식주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아닌가.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나 사고로 청년도 목돈이 필요할 수 있는데, 저신용자로 분류된 기존 평가 방식 때문에 제대로 금융상품을 이용하지 못한다. 취업을 위해 자기개발을 위한 교육을 받길 원하는데 돈이 없어 기회를 못 잡을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청년은 제2금융권, 저축은행 등 고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악순환에 빠져든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결국 신용불량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은 건전하다. 여기에 집중했다.
기존 신용평가는 통계확률적으로 접근해 신용을 평가한다. 여기에는 금융거래 정보가 필요하다. 세금이나 통신비를 연체하지 않았는지,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지 등 조건을 붙인다. 그런데 이 조건 사이사이에 맹점이 있다. 금융거래가 없지만 연체하지 않은 사람을 몇 개월씩 연체한 사람과 같은 그룹으로 묶어 평가한다. 이럴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연체자라고 해도 그 원인과 이유는 제각각 다르지만, 지금의 신용평가를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예를 들어 큰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아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한 연체라면, 이를 제대로 반영해줘야 하지 않을까.
IT동아: 이해했다. 어떻게 보면… 청년을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 즉, 대안신용평가를 찾은 셈이다.
김 대표: 그렇게 시작했다. 우리나라 청년 중 50% 이상은 금융거래가 없다. 소확행, 생활비, 자기개발 등에 필요한 비용을 누군가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중단하거나 포기해야 한다. 현재 신용평가 기준으로 중신용자로 분류되고 있는 사람들도 다른 기준으로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찾길 원했다.
당신은 은행거래가 없어서 신용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IT동아: 어떤 방법이 있을까.
김 대표: 빅데이터, 비금융정보를 모두 활용한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이 거의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스마트폰 속에는 정말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어떤 웹페이지에 접속하는지, 어디를 자주 이용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등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이력을 보면서 직전 30일 대비 최근 일주일 동안 데이터를 사용하는 양이 변했다거나,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변했는지, 마일리지를 꼼꼼하게 적립하는지, 일정표를 잘 작성하는지 등도 파악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SNS에서 친구는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자주 친구들과 소통하는지, 배터리를 얼마나 자주 충전하는지, 문자메시지나 통화에서 응답반응 시간이 빠른 편인지, 앱 설치 후 얼마나 업데이트를 잘하는지 등의 정보도 파악한다.
이처럼 수많은 정보(빅데이터)를 행동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평소 일관성있고, 안정적이며, 꼼꼼한 행동패턴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연체 확률이 적다. 신용평가가 무엇인가. 결국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평가 모델을 15개국 10여개 금융사들이 모여 표본화한 자료를 근거로 만들고 있다.
IT동아: 많은 업체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협력해야 했을 것 같은데.
김 대표: 금융사, 통신사, 앱 개발사 등 많은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지정대리인이나 국책과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직접 청년을 위한 대출 상품도 마련해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SK그룹이 주최한 ‘임팩트 유니콘’ 공모전에 응모해 ‘청년금융 플랫폼 사업’을 2년간 수행했었다. 이 기간 동안 자회사 크레파스플러스를 통해 온라인연계금융투자(P2P) 서비스 ‘청년 5.5’ 플랫폼을 운영했고, 직간접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그 결과 누적 대출 신청 건수 8,609건, 심의 후 실제 실행 건수 776건, 대출 금액 10억 7,700여만 원 등의 성과를 달성했고, 북서울신협 연계 금액을 포함해 총 15억 원을 대출해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연체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당시 제공한 금융 상품은 청년을 대상으로 5.5%의 중금리, 500만원 이하 소액 대출 상품이었다. 원래라면 고금리 대부업체나 사채를 써야 했을 700명 이상의 청년이 중금리 혜택으로 대출을 받았고, 그 결과 연체는 거의 없었다. 이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즉, 기존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여도 잘 갚을 수 있다는 증명이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검증하면서 R&D 과제로 제출했다. 그렇게 작년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서 기술평가와 물적요건평가, 구성원들의 사업 수행 평가를 받으며 본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IT동아: 확실히… 흥미로운 주제다.
김 대표: 청년에게 억지로 싸게 대출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포용적 금융’이다. 청년인데, 우리 은행에는 처음 방문했네? 그럼 기존 방식대로 대출은 거절하지 말자는 의미다. 어쩌면 그 청년이 10년, 20년 뒤에 해당 은행의 주고객으로 바뀔지 모를 일이다.
IMF를 겪은 90년대 후반, 기업 대출, 담보 대출. 개인 대출을 위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요구 사항은 ‘블랙리스트’를 모으는 것이었다. 블랙, 레드, 옐로우, 오렌지 등… 연체를 많이 한 사람에게 금융 상품을 제공할 수 없는 근거를 만들었다. 그 이후 신용대란이 한번 발생했고, 신용평가를 다시금 개선하면서 지금의 모델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한번 개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금융사가 거절하기 위한 기준이 아닌, 보다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싶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금융 상품을 제공하고 싶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다.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 제도권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자격을 갖추고, 비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표준화하고자 한다. 그렇게 전반적인 금융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싶다.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처음 신용평가를 국내에서 시작했을 때, 담보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출을 해주느냐는 의견이 팽배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신용평가를 어떻게 믿어?’ 이런 말 안한다.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된 것이다.
대안신용평가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도전하면서, 금융사, 카드사, 기업, 일반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IT동아: 얘기를 나눌수록 재미있다. 아니, 맞다. 지금의 신용평가도 여러 번의 개선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 아닌가. 하지만, 첫 시작이라는 점은 여전히 불안하다. 인식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김 대표: 행동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다. 똑같은 돈으로 생필품을 산 것이냐, 사치품을 산 것이냐를 본다. 예전에는 이러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시스템적인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다. 정보를 열람하는 제도적 안전 장치만 갖춘다면, 통계적으로 접근해 확률을 분석할 수 있다.
대안신용평가사 중 대표적인 ‘렌도(Lenddo)’라는 기업이 있다. 렌도는 고객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빈도, 연락하는 사람 등에 대한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300개의 카테고리로 묶고, 하루 평균 통화량 등 모든 모바일 관련 행동을 세분화해 일종의 평판 점수인 ‘렌도 스코어’로 신용을 평가한다.
IT동아: 얘기를 나누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신용평가는 금융은 잘 쓴 사람에게 잘 해주는, 과거를 보고 판단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미래를 보고 믿음을 주는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인가 싶다. 상생플러스에 참여한 것은 대안신용평가의 보증을 얻기 위한 기회로 삼기 위했던 것인지.
김 대표: SGI서울보증과 보증보험상품을 만들고 싶었다. 크레파스솔루션이 믿을 수 있는 청년을 잘 평가할 수 있다면, 이를 근거로 보증보험에 대한 것을 보증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싶었다.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많지 않나. 집과 먼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월세 자취방을 전전하는데, 대출과 보증으로 이러한 자금을 해결해 적은 이자로 자취방을 빌릴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상생플러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지금도 SGI서울보증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액의 보증보험 대출 상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신용평가를 희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크레파스솔루션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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