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음향기기 회사 중 하나인 글로벌 기업 ‘보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32억 달러(약 4조500억 원)에 달했다. 이 우량기업의 주식은 사고 싶어도 거래소에선 살 수가 없다.
세계적인 기업 중엔 비상장을 고집하는 곳이 많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무금융 전문가인 저자는 “‘주주우선주의’ 역시 (비상장의) 주요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벌어들인 돈을 미래를 위해 재투자해야 하는데, 주주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이 지나야 성과가 드러나는 장기 투자를 참지 못한다.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들이 원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돈을 써버리고 나면 투자는 위축된다. 기업이 수많은 주주에게서 돈을 받아 투자가 용이하도록 해주는 것이 자본시장이 존재하는 이유인데 주주들에게 발목이 잡혀 성장하지 못할까봐 상장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올 2월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6000만 개를 넘어서며 국민 1명당 1개 이상 계좌를 보유한 ‘전 국민 주식 투자 시대’가 됐다. 국민 대부분이 상장기업 주주가 됐다는 뜻이다.
저자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대다수 국민이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된 만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우선주의의 부작용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초단타 거래를 하는 주주도 회사의 주인인가. 임직원, 노동자, 채권자, 소비자 등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주인이 아닌가. 저자는 주주우선주의의 맹점을 분석하며 기업의 주인 밝히기에 나선다. 주인인 주주와 이들의 대리인인 경영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대립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도 제시한다. 기업이 이른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본시장과 기업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쉽게 쓰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기업 내부 생태계를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낸 만큼 동학개미들이 좀 더 가치 있게 주식투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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