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부 이민선, 4-3 엄예진 제압… 4년 만에 대회 트로피 다시 안아
男 ‘우승후보’ 김진웅 만난 김형근, 단체전 결승서 만나 2-4 패했지만
4-3 역전승으로 개인전 우승 차지
‘코트의 햇살 미소’ 이민선(24)이 NH농협은행을 무관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민선은 12일 경북 문경국제소프트테니스(정구)장에서 열린 제100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문경시청 엄예진(22)에게 4-3 역전승을 거뒀다. 문경이 고향이기도 한 이민선이 이 대회 정상을 차지한 건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민선은 “동아일보기는 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못해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어떻게든 단식만큼은 우승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악착같이 경기를 치렀는데 승리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기 단체전에서만 38번 우승을 차지한 NH농협은행은 한국 여자 정구 최고 명문으로 평가받는 팀이다. 그러나 이번 100회 대회 때는 단체전 준결승에서 4강 문턱을 넘지 못했고, 복식에서도 김홍주(22)-임진아(20) 조가 준우승에 그치면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날도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민선은 세트스코어 2-3으로 뒤진 채 맞이한 6세트에서 1-3으로 끌려가며 엄예진에게 더블 챔피언십 포인트를 내줬다. 그러나 차분하게 두 포인트를 따라간 뒤 듀스 끝에 결국 10-8로 6세트를 따냈다. 그리고 7점을 먼저 따면 이기는 최종 7세트에서 7-2 승리를 거두면서 끝내 ‘정구 퀸’ 자리에 올랐다.
이민선은 “6세트 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져 ‘마음을 비우자, 민선아’라고 속으로 되뇌었다”며 “6세트를 따냈을 때 상대 표정이 흔들리는 걸 보고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가 경기를 보면 자꾸 지는 것 같다”며 경기 도중 일부러 코트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은 “경기장 구석에서 열심히 기도했는데 기도가 통한 것 같다. 이민선이 NH농협은행의 저력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줘 기쁘다”고 말했다.
남자부 단식 결승전에서도 이변이 벌어졌다. 실업 2년 차 김형근(25·달성군청)이 우승 0순위로 꼽히던 ‘코트의 좀비’ 김진웅(32·수원시청)에게 역시 4-3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기를 차지한 것. 9일 단체전 결승 단식 경기에서 김진웅에게 2-4로 패했던 김형근은 이날도 1-3까지 뒤졌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었다.
2019년 남자 대학부 우승 이후 3년 만에 정상에 오른 김형근은 “무엇보다도 김진웅 선배를 이겼다는 게 내게 가장 큰 의미”라며 “단체전 맞대결 때는 욕심을 부려 패했던 것 같아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 선배가 백핸드에 약점이 있다고 생각해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이 공석 상태인 달성군청의 김경한 코치는 “김형근은 평소에도 체력이 워낙 좋은 선수다. 김진웅도 체력이 좋기로 소문난 선수지만 이번에는 김형근이 체력에서 앞선 게 승리 요인”이라며 “1-3으로 뒤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집념으로 우승을 가져다준 선수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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