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産 공급부족에 수출 늘자… 인도, 식량 확보 이유로 통제 나서
국제가격, 연초 대비 40% 이상 올라 ‘식량보호주의’ 곡물 수출규제 봇물
인도 정부가 13일(현지 시간) 밤 자국의 식량 안보 확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즉각 금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이집트, 아르헨티나 등도 같은 이유로 팜유와 주요 곡물의 수출을 막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국제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잇따라 곡물 수출 금지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중앙 정부의 허가 물량을 제외하고 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자국의 식량 확보를 우선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인도는 유럽연합(EU),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밀 생산국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인도의 밀 수출량은 전 세계 4% 수준으로 생산량에 비해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국제시장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각국이 대체 물량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140만 t의 밀을 수출했다.
한국은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 대부분 밀을 수입하고 있고 인도에서 직접 수입하는 양은 크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도의 밀 수출 금지로 국제 곡물 가격이 더욱 상승하면 한국도 악영향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연초 대비 40% 이상 뛰었다.
국내 식품업계도 밀 사용 비중이 높은 라면과 빵, 과자 제품들의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는 지난달 각각 대표 제품인 허니버터칩과 빼빼로의 가격을 13.3% 올렸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2월 빵과 케이크류를 평균 6.7% 인상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곡물을 여유 있게 비축해놓을 수 없어 가격 인상 압박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한국도 식량 위기의 직접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곳간을 걸어 잠근 곳은 인도만이 아니다. 세계 1위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8일 팜유 수출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밀의 70%를 수입해 온 이집트는 자국의 밀과 밀가루, 콩 등 주요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아르헨티나는 수출세를 올려 수출 장벽을 높였다.
세계화에 역행하는 이 같은 ‘식량 보호주의’가 경제·정치가 불안한 신흥국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날 이란에서는 빵값이 폭등하면서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속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밀 수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삭감한 뒤 밀가루가 원료인 주요 식품 가격이 최대 300% 급등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