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통합의 주춧돌입니다.”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사에서 낭독한 이 문장은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길을 모색하려는 윤 대통령의 고심이 기념사 준비 과정에 그대로 드러났다는 게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근 일주일간 기념사 초안을 직접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퇴고를 총 7차례 했다”며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광주의 5월에 담긴 슬픔을 미래의 희망으로 승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했다. 또 “한 줄의 문맥이 가슴에 와닿지 않으면 다시 지우고 또 지웠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초고에 없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철학”이라는 표현도 추가했다. 10일 취임사에 ‘통합’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감안한 듯 5·18기념사에는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고민은 광주로 향하는 KTX 특별열차 안에서도 이어졌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 모두는 광주시민”이라는 말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기념식 30분 전 언론에 배포된 기념사에는 들어있지 않던 문장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KTX 열차 안에서 1963년 6월 베를린을 방문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 시민을 상대로 “이제 자유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이다”라고 한 연설을 떠올리고, 즉석에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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