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여야 협치’를 명분으로 자진 사퇴했지만, 여야의 대립은 더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내각과 인사 대참사에 대해 이제라도 국민들께 사과하고 반성하는 게 최소한의 기본 도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게 “협치의 진정성을 보여달라”라며 현재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민주당의 법사위는 ‘날사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년간 민주당은 법사위의 기본 책무를 망각했다”라며 “민주당의 법사위는 날치기 사주위원회, 즉 ‘날사위’였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정당이 맡는 것이 협치를 위한 여야의 상호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전날(23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해 7월 당시 여야 원내대표가 이룬 후반기 국회 원(院)구성 합의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야 합의 파기는)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몰염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민 여론과 야당의 요구를 반영해 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해왔던 만큼 이제는 민주당이 법사위 양보로 협치에 응하라는 요구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 전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불법이나 부당행위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당내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실에 ‘임명이 곤란하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라며 “그게 언론에 노출돼 정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전 후보자가 물러나면서 “부담을 덜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내각 인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고,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도 불을 지필 수 있게 됐다는 것.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 전 후보자의 큰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 전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꺾은 만큼, 여권으로서는 충분한 성의를 보인 것”이라며 “야당에 좀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수 있게 됐으니 정무적으로는 유리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정호영, 반성 없는 사퇴론 부족”
반면 민주당은 정 전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대여 공세 수위를 오히려 더 끌어올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제투성이의 정 전 후보자가 야반도주하듯 자진사퇴했다”며 “반성 없는 사퇴로 적당히 끝낼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로 불공정 특혜의 진실을 규명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도 국민의힘에 그냥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주기로 한 후반기 원 구성 합의를 했을 때 전제가 됐던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야당은 정부를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겨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여야 합의 당시 법사위의 법안 심사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조건으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지만, 이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에 협조해 ‘새 정부 발목잡기’ 논란에서 탈피했다고 보고 향후 여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하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부터 시작해 민주당이 ‘책임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강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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