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있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나는 몇몇 정당으로부터 선거 지원 요청을 받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한 청년으로서 내 생각과 의견을 선거대책위원회에 전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제안을 받고 혹시 내가 목소리를 낸다면 청년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내가 청년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시야도 좁다는 생각에 이런 요청을 받아들지 않았고, 새벽 출근길 사전투표를 하는 것으로 정치에 참여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청년 이슈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었다. 캐스팅보터라고도 할 수 있었던 청년의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 대표를 앞세워 유세를 하기도 하고 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청년들의 선택이 선거 결과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 이제 고작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청년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현저히 줄어든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대선에서의 청년 이슈는 선거용으로만 급조돼 소비됐으며, 청년들에 대한 관심 역시 보여주기 식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이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청년 이슈에 대한 관심이 지난 대통령 선거보다 더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 청년 문제가 모두 해결되어 사라진 것일까? 청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 없어진 것인가? 아니면 이제 더 이상 청년의 표가 결정적이지 않아서일까?
요즘 내가 일하는 건설 현장에는 청년들의 진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내가 속해 있는 도배 뿐 아니라 마루나 타일, 도장(페인트) 등 다양한 기술 직종에 청년들이 뛰어들고 있다. 직장을 다녀도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몸으로 익히는 기술을 익히는 편이 보다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첫 직업으로 현장 기술직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직업을 바꾼 경우가 월등히 많다.
현장에서 만나는 동년배들과 대화해보면 청년들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절실하다. 기술을 배워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을지라도 일하는 환경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고 보호받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비롯해 연차나 주휴수당 같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직장을 다녀도 기술을 배워도 뚜렷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성실하게 사는 청년들이 많은데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안정된 전망을 가질 수 없는 현실이다. 앞날이 불투명하니 현재의 삶도 당연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년 문제는 구조화된 것이어서 청년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청년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므로 정치권의 해결 의지가 절실하다. 선거가 있을 때만 반짝하고 말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청년들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진정성 있는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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