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동남아 화교 통해 中으로 서구문화 역수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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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교수 ‘남중국해 화인…’ 논문
당시 편지 분석해 ‘문물 유입’ 밝혀

김종호 교수 제공
김종호 교수 제공
‘영국 은화 4개와 초콜릿 141알, 손톱깎이, 비누 한 묶음을 보냅니다.’

1889년 6월 30일 필리핀에서 일하던 화교(華僑)가 중국 본가의 아버지에게 송금하며 보낸 편지다. 19세기 후반 약 1000만 명의 중국인 이민자들이 동남아시아 각국에 정착했다. 당시 동남아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미국 등 서구 열강에 점령돼 있었다. 학계는 19세기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문화가 동남아에 전파됐다고 봤다. 하지만 필리핀 화교 편지는 서구 자본과 근대문화가 중국 본토로 역수입된 사실을 보여준다.

김종호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최근 주최한 ‘해양과 메가 아시아’ 학술대회에서 ‘남중국해 화인 네트워크’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 20세기 동남아로 이주한 화교들이 고향에 보낸 편지를 분석한 결과 각종 근대 물품을 비롯한 서구문화가 중국으로 유입됐다. 예컨대 1917년 필리핀에 거주한 화교 쉬징만(許經滿)은 어머니에게 장식 거울과 고무 부츠를 보내면서 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편지에 썼다. 김 교수는 “동남아로부터 서구 자본과 생활용품이 중국 본토로 흘러들어가 중국인의 구매력과 소비욕구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화교들의 편지를 통해 세계 정세에 대한 정보가 중국 본토로 전해지기도 했다. 1939년 싱가포르 화교가 본토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사진)에는 싱가포르와 중국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를 잇는 증기선 정기항로 광고가 인쇄돼 있다. 각국을 오가는 운송의 세계화가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그동안 중국 중심주의에서 조명받지 못한 아시아 주변 지역을 조명하고, 문화 교류가 양방향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종호 교수#남중국해 화인#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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