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머릿속엔 내년 4월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이겨서 ‘역대급 당 대표’가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 조기 사퇴론’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상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열리는 내년 4월 재선거까지 당을 이끌겠다는 것.
지방선거 압승 이후 여권의 관심은 차기 당권 경쟁에 쏠리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당연히 내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해 6월 선출된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각에서는 조기 사퇴론, 미국 유학설과 같은 억측이 나오는데….
“억측이기 전에 그런 시도들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임기를 채운다. 유학설 같은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만들어서 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해야 나를 흔들 수 있어서다. 유학은 내가 (미국 하버드대로) 다녀온 사람이라 별로 갈 생각이 없다.” ―‘성 상납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에서 비롯된 억측 아닌가.
“내가 김철근 정무실장에게 증거인멸 교사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교사나 지시를 한 게 아무것도 없다. 흠집 내기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윤리위에서) 나에 대한 성 상납 비리를 다룬다고 하는데, 윤리위 보도자료에는 그걸 다루지도 않는 것으로 나온다.”
―남은 임기 동안엔 무엇을 할 계획인지.
“다른 당 대표들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지난해 6월 당선되고 바로 대선 후보 경선부터 시작해 (6·1지방선거까지) 1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선거 지원밖에 안 했다.”
―결국은 공천 개혁인가.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원인은 경선 위주 공천 방식을 택해 과거 선거에 비해 공천 잡음이 적었기 때문이다. ‘절대자’의 개입으로 인한 분란을 막으려면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하는데 후보 개인의 역량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혁신위원회에서 경선 제도에 대한 보완점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위를 이끌게 될 최재형 의원도 이날 이 대표와 비공개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해할 수 없는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겠다”며 “공천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당 대표가 개혁안을 뒤집으면 그만 아닌가.
“당에서 혁신이 나오는 건 당헌당규까지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역행을 막는 건 당원들의 몫이다.”
―2024년 총선 공천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의중이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는데….
“(자세를 고쳐 앉으며) 국회의원을 자기 사람들로 채웠던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어떻게 됐나. 내 사람을 넣는 것과 정권의 성공은 결코 관계된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폐해에 직격탄을 맞아 정치에 참여한 윤 대통령은 역대 세 정부를 보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윤핵관’이 차기 당권을 맡게 될 것으로 보나.
“역량이 있으면 맡을 수 있고, 역량이 부족하면 못 맡을 것이다. 다만 다음 당 대표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기든 지든 내 세력만 만들려고 할 때 무리수를 두게 된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개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혁신이라는 두 글자만 계속 얘기해선 안 된다. 전당대회는 결국 비전 승부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당권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당 대표가) 안 될 거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사람들은 절대 당을 혁신 못 한다. 이번 선거 때 보면 선거 전반부는 이 의원의 명분 없는 출마, 후반부는 (이 의원이 공약한) 김포공항 폐항 논란이 전부였다.”
인터뷰 말미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그는 “조심스럽지만, 굉장한 매력이 있는 인물이라 ‘크게’ 입문해야 한다”며 “보수 정당에서 볼 수 없는 유형이라 우리 당에 꼭 필요하다”고 했다. 단순히 국회의원 당선을 목적에 두고 정계에 입문할 게 아니라 정치판 자체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만약 (한 장관이) 정치를 결심한다면 그에 걸맞은 위상으로 정치를 시작하면 좋겠다. 2년 뒤 (국민의힘 우세 지역이자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 출마 같은 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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