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가 강한 이유? 될 때까지 하는 반복 훈련 덕분”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6월 4일 15시 51분


‘강철부대 시즌2’ 특전사팀 우승… “특전사 후배들 자랑스럽다”

‘강철부대 시즌2’ 특전사팀. 장태풍, 오상영, 최용준, 성태현(왼쪽부터). 특전사 장병이 올해 1월 강원 평창군 황병산에서 혹한기 특수 훈련을 하고 있다(오른쪽). 동아DB
‘강철부대 시즌2’ 특전사팀. 장태풍, 오상영, 최용준, 성태현(왼쪽부터). 특전사 장병이 올해 1월 강원 평창군 황병산에서 혹한기 특수 훈련을 하고 있다(오른쪽). 동아DB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장병들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반복 훈련을 받습니다. 산악 극복 훈련, 설한지 극복 훈련, 해상 훈련 등 다양한 환경을 염두에 두고 훈련하죠. ‘강철부대’는 각 부대가 다양한 상황에서 작전을 펼치며 경쟁하도록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특전사 훈련 방식이 ‘강철부대’ 진행 방식과 잘 맞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광우(65)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 사무총장이 5월 31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밝힌 특전사의 강점이다. 이 사무총장은 1979년 임관해 특전사에 15년 동안 몸담은 ‘뼈군인’이다. 제707특수임무단 창설 멤버이기도 한 그는 특수전교육단에서 수많은 특전사 장병을 교육시켰다. 특전사 훈련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고공강화 훈련도 872회나 받았다. 이 사무총장은 “부대마다 주어진 임무가 달라 받는 훈련이 상이한 만큼 단순히 특전사가 다른 부대보다 우수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강철부대’에서 우승한 특전사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후배 칭찬을 잊지 않았다.
대체 불가능 전력, 특전사
채널A 밀리터리 예능프로그램 ‘강철부대2’(이하 강철부대)에서 특전사팀이 우승해 특전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58년 창설된 특전사는 그간 대간첩 작전에서 수많은 공을 세웠다. 1966년 울진·삼척지구 작전, 1969년 흑산도 작전, 1996년 강릉 대간첩 작전 등 활약상도 다양하다. 특전사는 12번의 대간첩 작전에서 무장공비 55명을 사살하고, 무장공비 3명을 생포했다.

강철부대에서도 특전사는 두각을 나타냈다. 5월 24일 종영한 이번 시즌에서 특전사팀은 제707특수임무단, 군사경찰특임대(SDT), 해군 특수전전단(UDT), 해난구조전대(SSU), 해병대 수색대, 공군 특수탐색구조대대(SART),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HID)와 경쟁했다. 특전사팀 최용준 팀장과 성태현, 오상영, 장태풍 대원은 3차전을 제외한 모든 미션에서 승리하는 압도적 기량을 선보였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 팀장은 “승리의 기쁨을 나라를 위해 근무하는 특전사 현역, 예비역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시청자들은 “특전사팀 강하고 멋있다. 재입대해 다시 국가의 임무를 수행하게 해야 할 정도로 인재다” “특전사 후배들 덕분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특전사가 강한 이유는 뭘까. 특전사 전역자들은 “실전을 염두에 둔 반복 훈련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악·고공·해상·설한지 등 각종 환경에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력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특전사의 모토는 “안 되면 되게 하라”다. 2006년 7년 9개월간의 특전사 생활을 마친 예비역 중사 이훈희(43) 씨는 “수영을 못하는 장병이 있으면 고참들이 하루는 1m, 그다음 날은 2m를 수영하도록 반복 훈련시킨다. 결국 다들 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산악지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씨의 말이다.

“저녁 훈련 시간이면 30㎏ 군장을 한 채 산꼭대기에 지정해놓은 다섯 지역을 찍고 내려오는 훈련을 받았다. 중대별로 10분 차를 두고 출발하는데, 바로 뒤에 출발하는 중대에 따라잡히면 안 된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손발을 모두 사용해 기어가면서 속도를 유지한다. 저녁밥 먹을 시간도 없어 걷거나 뛰면서 밥을 먹는다. 운동중독증에 걸렸나 싶을 정도로 운동해야 한다.”
“가장 힘든 훈련은 천리행군”
강철부대에서는 참호격투와 사격 외에도 설한지 점령전, 해상 대테러 연합작전, 폭탄 해체 등 다양한 상황을 상정한 미션을 냈다. 특전사 전역자들은 “각종 상황을 가정한 비정규 훈련을 두루 받아온 만큼 특전사팀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전사를 얘기할 때 ‘고공강하 훈련’을 빼놓을 수 없다. 특전사는 1976년 고공강화 교육을 최초로 시행했고, 이후 다른 부대에 전파됐다. 후방 침투, 첩보 수집 같은 작전을 수행하려면 고공강하가 필수적이다. 특전사는 수시로 고공강하 훈련을 받으며 언제든 적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공수부대’라는 별칭이 생겼을 정도다. 특전사는 100번의 고공강하를 마치면 월계휘장을 특전복에 부착한다. 횟수가 1000번을 넘으면 금장 월계휘장(골드윙)을 단다. 특전사복에 어떤 휘장이 얼마나 부착됐는지 보면 해당 장병의 군생활을 엿볼 수 있다. 특전사의 고공강하 실력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세계군인강하선수권대회에서 특전사 고공강하팀이 은메달을 따내며 실력을 과시했다.

고공강하 훈련 과정에서 ‘아찔한 순간’도 많이 발생한다. 2006년 3월부터 4년 6개월간 특전사에서 복무한 예비역 중사 김창수(37) 씨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던 중 돌풍을 만나면 착지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방심하면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완전군장 상태로 민가가 있는 곳으로 낙하하는 훈련을 받았는데, 자칫 민가 지붕으로 착륙하는 사고가 날 뻔했다. 다행히 마지막에 인근 골목에 착지해 부상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훈련이라고 다 같은 훈련이 아니다. 특전사 전역자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훈련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천리행군”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400㎞에 달하는 거리를 완전군장을 한 채 8일간 행군하는 훈련이다. 50㎞씩 6일을 행군한 후 마지막 날 100㎞를 주파한다. 단, 100㎞ 행군 전날은 정비 기간을 가진다. 별도 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후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천리행군에 돌입하는 점도 훈련 난도를 높이는 요소다.

이 씨는 “걷다 보면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부딪치는 느낌이 든다. 말 그대로 정신력으로 걷는다. 부대 복귀를 하고서도 일주일은 꼬박 발바닥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3주 동안 여타 훈련을 받은 후 천리행군에 돌입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후배들 훈련 보고 감탄”
이광우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 사무총장이 5월 31일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우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 사무총장이 5월 31일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늘의 특전사는 어제의 특전사보다 강하다. 특전사 출신 인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특전사가 강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전사에 지원하는 재원들도 우수해지고 있고, 훈련 프로그램 역시 체계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군대가 군대냐”라는 말을 밥 먹듯 하는 여타 전역자들과 대비된다. 오랜 기간 특전사 훈련을 지켜봐온 이 사무총장의 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만 하더라도 무식한 방식의 훈련이 꽤 있었다. 빨간 벽돌을 머리로 깨는 훈련, 살아 있는 뱀을 찢어서 씹어 먹는 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정신무장을 명분으로 했다. 요즘은 전투식량이 잘 나와서 굳이 뱀을 먹는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훈련 방식이 훨씬 체계화되면서 특전사 부대의 실력도 더 올라갔다. 나이 많은 사람은 ‘요즘 군대가 군대냐’는 농담을 많이 하지만 특전사는 반대다. 젊은 후배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감탄이 나온다.”

4월 1일 창설 64주년을 맞은 특전사는 앞으로 훈련에 첨단과학기술을 접목해 미래 전장에 대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정신력에 기술력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가상현실(VR) 장비와 시뮬레이터, 마일즈 장비(실제 교전과 같은 모의 군사훈련이 가능한 장비)가 이미 도입됐다. 향후 ‘특수작전용 드론봇 전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전사 선배들은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특전사를 추천했다. 김 씨는 “남자라면 특수부대에서 군생활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며 “여러 특수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특전사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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