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늦깎이 신랑, 가족사랑 각별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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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방화 참사]
숨진 사무장 친구 안타까움에 울먹
화 피한 변호사 “왜 이런일이” 황망

방화 희생자 넋 기리는 조화 10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앞에 놓인 조화 뒤로 현장 조사를 맡은 
합동감식반원이 들어서고 있다. 전날 이 빌딩에서는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은 범인의 방화로 용의자를 포함해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방화 희생자 넋 기리는 조화 10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앞에 놓인 조화 뒤로 현장 조사를 맡은 합동감식반원이 들어서고 있다. 전날 이 빌딩에서는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은 범인의 방화로 용의자를 포함해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년 전 결혼한 늦깎이 신랑인데… 이렇게 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습니다.”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로 숨진 사무장 김모 씨(54)의 동갑내기 친구 강창용 씨는 “(김 씨가) 늦게 결혼을 해서 친구들이 축하를 많이 해줬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다. 가족 사랑이 각별했다”며 이같이 안타까워했다. 강 씨는 “어제 고교 동창들이 함께 쓰는 온라인 게시판에 ‘○○아, 이 세상에서 보여준 너의 모습, 다음 세상에서 우리 다시 보자’라고 적었다”며 “이제 다시는 답글을 받을 수 없는 글이 됐다”며 울먹였다.

신체 일부에서 자상이 발견된 김모 변호사(57)와 박모 사무장(57)은 대구의 한 고등학교 동문으로 오랜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와 박 사무장이 오랜 친구라고 밝힌 한 남성은 “두 친구 모두 아마 방화범이 누군가에게 먼저 달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가 심하게 다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변이 일어난 지 하루가 지난 10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104호에는 대구지방변호사회장(葬)으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개별 빈소가 있는 2층에서는 오전부터 유족들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김 변호사 유족은 “불에 타고, 칼에도 맞고…”라며 오열했다.

용의자 천모 씨(53)가 앙심을 품은 대상인 배모 변호사(72)도 황망한 심경을 전했다.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 변호사는 “203호에 근무하던 사람들 모두 착실했다. (천 씨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께 퇴근할 때 직원들 얼굴 본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늦깍이 신랑#대구#변호사 사무실#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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