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행령 꼼수 제정도, 시행령 제정권 무력화도 모두 문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4일 00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정부의 시행령과 규칙이 법률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수정 및 변경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엔 국회가 시행령 등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해 정부에 통보만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국회에 수정·변경 권한까지 부여해 국회의 통제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 시행령과 규칙을 만드는 것은 행정부의 고유한 권한이다. 행정부가 만든 대통령령 내용이 상위의 법률과 충돌한다고 국회가 판단할 경우 관련법을 고치거나 새로운 법을 만들면 된다. 헌법에 따르면 명령·규칙 등의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권한은 국회가 아니라 법원에 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삼권분립 원칙에 배치될 소지가 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당이던 민주당은 반대했다. 여야가 바뀌었다고 국회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니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시행령과 같은 행정명령은 법률의 입법 취지를 벗어나선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도 책임이 있다. 정부는 법무부 산하에 공직후보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의 설치 근거를 법무부령 개정을 통해 만들었다. 현행법상 법무부 사무에 인사검증 업무가 없는데도 시행령을 바꿔 법무부에 맡긴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행정 각부의 직무 범위는 법률로 정하도록 돼 있는데 공무원 인사 사무는 인사혁신처에 속한다.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해 정부조직법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한 것이 분란을 자초한 원인 아닌가.

윤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고, (국회가) 시행령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원(院) 구성을 놓고 대치 중인데 시행령 입법 충돌까지 벌어지면 국회 정상화는 더 요원해질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중단하고, 정부도 논란 많은 시행령 입법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시행령#시행령 꼼수#시행령 제정권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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