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단체 음악활동 중단 선언이 케이팝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학교 3부작’ ‘화양연화’ 시리즈 등으로 청춘의 고뇌와 방황을 가사에 담아온 방탄소년단은 소속사 하이브의 상장(2020년)과 회사 규모 확장에 즈음해 미국 진출이 맞물리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야 했다.
늘 앨범 단위와 한국어 가사로 서사적 음악을 전개해온 이들이 펜을 놓고 영국인 작사·작곡가가 만들어준 영어 디지털 싱글 ‘Dynamite’로 미국 본토를 공략했다. 빌보드 싱글차트 1위로 큰 화제가 됐지만 이후 ‘Butter’ 등 비슷한 댄스곡을 차례로 내면서 초심을 잃었고 방탄소년단의 기존 세계관과 맥락에 맞지 않는 곡들만 내놓는다는 비판을 평단에서 받기도 했다.
음악은 물론 외모, 안무, 비디오, 팬서비스 모두 완벽해야 한다는 케이팝 아이돌의 강박은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도 비켜가지 못했다. 케이팝 시스템 안에서 개인은 10대 시절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피나는 노래, 안무, 연습 과정을 거친다. 데뷔 후에도 기획사의 지시와 팬덤의 요구 사이에서 방송, 공연, 행사는 물론이고 사인회, 악수회 등 육체적·감정적 노동이 많다. 최근에는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팬들과 소통해야 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소속사나 케이팝 시스템 전체를 겨냥한 작심 비판이라기보다는 팬들을 향해 ‘미안하다, 지쳤다’고 하는 고충 토로에 가까워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케이팝 시스템 내의 모든 사람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를 대표 아이돌이 공개된 자리에서 한 솔직함은 결과적으로 작심 비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일본 문화전문 저널리스트 마츠타니 소이치로(松谷創一郞)는 15일 칼럼에서 “활동 중단의 배경에는 병역이라는 큰 장애물이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은 소프트 파워의 기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처음에 힙합 그룹으로 데뷔했던 BTS가 최근 들어 원래 성향에서 일탈한 노래들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그룹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
이번 일을 계기로 기획사의 관리가 아닌 아티스트의 자율적 활동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학선 평론가는 “케이팝 시대 이전의 스타로 분류되는 서태지와 아이들은 스스로 고용되기보다 성향에 맞는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음악의 자유, 활동의 자유, 쉼의 자유를 얻고 주체적으로 활동했다. 이번 사태가 국위선양을 이유로 묻어둔 케이팝 시스템의 그늘을 돌아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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