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조’가 이렇게 소란스러워도 될까. 김건희 여사의 내조 행보가 연일 논란거리다. 대통령 부부의 사진을 사적인 팬클럽을 통해 공개하면서 ‘비선 공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공식 일정에 지인을 동반해 ‘비선 동행’ 비판을 자초했다. 김 여사 사진을 독점 게재해온 팬클럽 운영자의 ‘호가호위’ 의혹까지 불거졌다.
▷강신업 변호사가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 ‘건희사랑’은 네이버의 ‘건사랑’과 함께 김 여사의 양대 공식 팬클럽이다. ‘건희사랑’이 김 여사가 후드티를 입고 경호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대통령 부인 사진을 왜 팬클럽이?’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내외가 ‘보안구역’인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까지 먼저 올라오자 ‘비선 공개’ 논란이 본격화했다. 지난 주말 대통령 내외의 영화관 나들이 사진 5장을 ‘최초 공개’라는 문구로 게재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여기에 강 변호사가 최근 별도의 단체를 결성해 유료 회원 가입 안내문을 공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팬클럽 결성 전부터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었다고 공언해온 인물이다. 한 시사평론가가 “김 여사 팬클럽 회장이 단체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하는 건 부적절한 일”이라며 “언젠가는 터질 윤석열 정부의 지뢰”라고 지적했고, 강 변호사는 “듣보잡” “헛소리” “이새○야!” 등 욕설과 막말로 응수했다. 팬클럽 내에서조차 ‘대통령 주변에 저런 사람이 있으면 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13일 김 여사의 첫 단독 일정이었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때는 김 여사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근무한 3명이 동행했다. 이 중 2명은 ‘비선 동행’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나머지 한 명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래된 부산 친구”라고 했다. 공식 수행원도 아니고 행사와도 무관한 사람이지만 이런 인연으로 대통령 부인과 함께 봉하마을 일정에서 의전을 받았다.
▷강 변호사는 요즘 “김 여사 활동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건 지구가 도는 것만큼 확실한데 내조만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다. 김 여사가 유일한 소통 창구로 활용해온 사람을 통해 ‘적극적 내조’의 속내를 드러낸 걸까. 이럴 바에야 대선 공약으로 폐지했던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 제대로 보좌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김 여사가 학력 위조 논란 등을 사과하며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고개 숙이던 모습을 기억한다. ‘조용한 내조’ 약속을 깨려면 그 이유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국정에 짐만 될 뿐인 요란한 팬덤과 거리를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