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0년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자진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판단을 뒤집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피해 공무원의 명예가 회복되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서해에서 어업지도 중 북한군에 피격되어 목숨을 잃으신 해수부 공무원분의 명예를 비로소 회복시켜드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유가족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2년 전과 현재 사실관계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운동 기간과 당선인 시절 ‘유가족에게 피살 사건 진상을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을 대신해 유가족에 전화를 걸어 오늘 결과 발표를 미리 설명하며 ‘유족이 바라는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자진 월북 피살’이라고 단정 지은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그는 “2020년 9월 21일 피살 사건이 발생했지만, 23일 새벽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유엔 기조 연설을 했다”며 “국방부도 북한에 유화적인 정권의 눈치를 봤는지 사건 발생 이틀만인 23일에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박민영 대변인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잘못은 우리 국민을 피살하고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한 북한의 만행을 두둔하기 위해 도박중독에 월북이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동원하고 여론을 선동하여 피해자의 죽음을 욕보이고 국민을 기만하고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정치인 전원은 유가족과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고, 만약 사태를 축소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 정황까지 드러난다면 법적 책임도 지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해양경찰청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따로 입장문을 통해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해경을 포함한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는 당시 다각도로 첩보를 분석하고 수사를 벌인 결과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던 것”이라며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데에는 비공개 자산인 군 특수정보(SI)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오늘 윤석열 정부의 발표 역시 당시 문재인 정부가 특정 정보를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라 단정 짓지는 못하고 있다”며 “오늘 해경의 발표는 월북 의도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오히려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보안이 생명인 안보 관련 정보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왜곡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이는 국가적 자해 행위”라며 “군 특수정보(SI)는 공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악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여러 정황을 토대로 한 종합적인 분석과 판단을 거쳐 신빙성 있는 정보로 확인되자마자 국민들께 공개했다”며 “동시에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문도 발표했다”고 말했다.
앞서 해경은 이날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과거)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첩보와 피해자의 도박 빚 등을 근거로 공무원 A 씨(사망 당시 47세)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지난 2020년 10월22일 입장과 달랐다.
법원은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와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에 관한 정보를 유족이 열람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해경이 작성한 초동 수사 자료와 고인 동료들의 진술 조서도 공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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