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發 자산시장 혼란, 부동산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 급격히 얼어붙어
매수심리, 서울 강남 4주 연속 하락… 노도강-서북권 2019년 이후 최저
가격 낮춘 급매물도 매수세 안붙어… 서울 집값, 민간 통계서도 하락세로
전문가 “당분간 거래가뭄 이어질 듯”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3700채 규모 A아파트. 이 단지 전용면적 84m²는 이달 8일 23억 원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24억5000만 원) 대비 1억5000만 원 하락했다. 매물은 올해 초 74채에서 19일 현재 125채로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대선 이후 매수 문의가 좀 늘었다가 다시 잠잠해졌다”며 “전용 84m² 중 저층 매물은 20억∼21억 원짜리 급매물도 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급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일부 초고가·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면 송파, 강동 등 강남권에서도 최고가 대비 수억 원씩 하락한 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 전망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금융 분야에서 시작된 자산시장 혼란이 부동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매매수급지수는 94.5로 4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동북권(노원·도봉·강북구 등)과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 등)은 각각 84.3, 82.8로 2019년 7월 이후 매수세가 가장 크게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미만일수록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강하다는 의미다.
매수세가 줄면서 한국부동산원은 물론이고 민간기관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하락해 2020년 5월 이후 약 2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국 아파트값이 0.01% 떨어져 2019년 7월 이후 34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전용 59m²는 이달 1일 12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고가인 지난해 8월 14억6500만 원에 비해 1억7500만 원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노린 절세 매물이 쌓이면서 호가가 5000만∼1억 원씩 떨어지고 있고, 이자 부담이 커진 ‘영끌족’들은 전세를 놓고 교외로 빠지려 한다”며 “매수자들도 대출 이자 부담에 선뜻 급매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의 공인중개업소는 “대선 직후 급매가 일부 소진된 뒤 나온 매물은 두세 달씩 안 팔리고 그대로 있다”고 했다. 매매시장보다 앞서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경매도 위축되고 있다. 법원 경매 정보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6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0∼91%로 5월(96.8%)보다 떨어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과 관계없는 초고가 주택과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은 중저가 주택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는 거래 가뭄이 계속되고 소폭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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