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장한 에버랜드 메타버스에 입장했다. 티익스프레스 대기는 ‘0명’. 열차가 들어오는 동안 레일 밟는 소리가 리얼했다. 실제만큼 어지러운 롤러코스터에서 내려 카니발광장으로 뛰어가니 인기 물총퍼레이드 ‘슈팅워터펀’이 펼쳐지고 있었다. 몬스터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물총을 쏴 제한시간 내 쓰러뜨리면 되는 게임이었다. 물총에 떨어진 물을 채우러 가는 길,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저 유명한 ‘아마존송’이 실감나게 들려왔다.
오프라인 사업이 주축이던 테마파크 업계가 메타버스를 비롯한 온라인 콘텐츠를 앞다퉈 강화하고 나섰다. 놀이공원이 아니어도 놀거리가 넘치는 시대, 고객 접점을 온·오프라인으로 다각화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 메타버스 등 놀이공원 온라인 콘텐츠 봇물 터져
롯데월드는 지난해 10월 제페토에 메타버스 맵을 개설했다. 교복 차림으로 놀이공원을 즐기는 젊은층 문화는 가상현실 속에서도 재현됐다. 메타버스 내 교복 대여 매장에서 9젬(700원대)을 내면 교복 한 벌을 빌릴 수 있고 자이로드롭 등 대표 놀이기구 가상 체험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방문객 수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테마파크 업체들은 최근 동영상 플랫폼에도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지난해 하반기 영유아 교육용 온라인 콘텐츠 ‘로티프렌즈’를 선보였다. 에버랜드는 예능형 콘텐츠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 운영하는 채널 ‘티타남’은 최근 아마존 익스프레스 안내멘트를 속사포 랩으로 쏟아내는 알바생 ‘소울리스좌’ 영상으로 큰 화제가 됐다. 대체불가토큰(NFT) 사업도 강화 중이다. 에버랜드가 이슬로 등 젊은 작가와 손잡고 4월 출시한 ‘튤립축제 30주년 기념 NFT’는 판매 시작 15초 만에 330개가 전부 팔렸다.
○ 콘텐츠 ‘대홍수시대’ 치열해진 고객 잡기 경쟁
테마파크 업계가 엔데믹 시대에도 온라인 강화에 나선 것은 수많은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고객을 지키기 위해서다. 저출산 추세로 방문객 수가 더 늘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핵심 고객인 MZ세대는 온라인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복합쇼핑몰 등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매장 역시 경쟁자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테마파크가 아니어도 즐길 콘텐츠가 무수히 많아졌다”며 “시간, 비용 부담이 큰 놀이공원까지 오지 않아도 언제든 브랜드를 경험하고 잊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도입 비용은 TV 등 대형 미디어용 광고비와 맞먹지만 수익성은 아직 미미하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당장 수입을 내기보단 탄탄한 팬덤부터 형성해 관심을 모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롯데월드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더 샌드박스’와 NFT 게임을 제작하는 등 각종 온라인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고객과의 접점을 높여 가족 고객의 발길을 테마파크로 돌리고 캐릭터 활용 마케팅 등 기존 노하우를 바탕으로 콘텐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