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6’ 5000만원 중반 예상 등 기존 차량보다 500만원 비싸질듯
반도체 공급난 등 인상 요인에도 소비자는 3000만~4000만원 선호
금리인상 따른 소비침체 가시화, 가격 높일땐 구매력 저하 우려도
원자재 가격 인상과 반도체 공급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던 완성차업체들이 글로벌 소비침체 우려라는 복병의 등장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7∼12월) 신차들의 경우 일정 부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얼마나 따라줄지 예상할 수 없어서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다음 달 15일 공식 개막하는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신형 전기차 세단 아이오닉6를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번째 세단으로 국내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현대차는 이날 아이오닉6의 디자인 콘셉트 스케치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신차 공개 행보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차량 성능과 디자인 못지않게 가격에 대한 관심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6의 공식 가격은 5000만 원 중반대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아이오닉5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과 친환경차 혜택을 적용하지 않은 판매 가격은 5000만 원부터, 기아 전기차 EV6는 세제 혜택 적용 전 공식 판매 가격이 5037만 원부터다. 아이오닉6는 이 차량들보다 500만 원 정도 비쌀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은 실제 판매 전까지 정해지지 않으며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의 반응 등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 인상 요인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여전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따른 원자재 가격 강세도 현재 진행형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차질,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공급망 교란이 장기화할 것인 만큼 차량 가격 상승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량 가격을 수시로 변경하는 테슬라는 가장 저렴한 모델3 스탠더드의 가격을 올해에만 3차례 바꿔 연초 대비 875만 원 올렸다.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은 5번이나 바뀌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월 8년 만에 C클래스 세단의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최저 가격을 전작보다 약 600만 원 올렸다. 시장에서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현대 그랜저 완전변경 모델, 기아 EV6 GT 등 국산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B와 EQE, BMW 뉴 7시리즈 완전변경 모델, 폭스바겐 전기차 ID.4 등도 전작이나 비교 차종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침체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신차 가격을 과도하게 높일 경우 판매량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6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역대 최저인 50.2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차량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미국인 절반 이상은 이미 부담스러워 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차량 가격 상승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기업 케이카가 전국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 차량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선호하는 가격대로 3000만∼4000만 원이 꼽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조사 결과 지난해 신차 평균 판매가는 4420만 원으로 선호 가격대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더 비싸지면 소비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가격 한계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아직은 주문한 차를 기다리느라 지친 소비자들이 비싼 값에도 차를 사지만, 공급난이 해소된 후에도 이 같은 태도가 유지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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