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 결정이 2주 뒤로 미뤄지면서 당내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 측근들은 이날 당 윤리위원회를 겨냥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쿠테타”라고 성토했다. 반면 이 대표와 각을 세워왔던 당내 인사들은 원칙적인 대응을 요구하며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 윤리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차기 당권싸움을 염두에 둔 양측의 날선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李 “기우제식 징계” 반발
이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22일)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유보한 데 대해 “2주 사이에 뭔가 새로운 경찰 수사 결과라든지 참고할 만한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라며 “제 입장에선 기우제식 징계냐,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거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직후 혁신위원회를 출범해 당 개혁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벌써 한 달 가까이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정치적으로는 굉장히 아쉬운 시기들이 흘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리위가 자신을 향한 표적성 징계를 내리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당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어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정조준했다. 그는 “(2008년) 18대 국회가 구성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이었던) 이재오 고문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정두언 전 의원이 맞붙어 싸우면서 정권이 망했다”며 “지금 (윤핵관이) 그 정도로 분화되는 게 심각해 당 대표로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윤핵관) 이분들이 윤 대통령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의) 당 운영에 대한 생각들을 봤을 때 이분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윤리위의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대표는 “제가 대통령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직접 듣진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일부 ‘윤핵관’ 인사가 윤리위 징계를 통해 자신을 몰아내고 차기 당권을 거머쥐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징계 찬반 놓고 쪼개진 與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이날 일제히 이 대표를 엄호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윤리위가 당 대표를 망신주기 하는 자해정치를 한다”고 했고, 김용태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에서 “(경찰) 조사도 없이 징계 절차를 개시하겠다는 건 굉장히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오신환 전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국민과 당원이 뽑은 당 대표를 9명의 윤리위원이 탄핵시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쿠테타”라고까지 했다.
징계 절차가 개시된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도 이날 “규정에 따르면 윤리위는 당무감사위원회의 절차를 거친 뒤에야 징계안건을 회부할 수 있다”고 윤리위 절차 위반을 지적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김 실장이 규정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절차적 위반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선 기간 중 이 대표와 공개 충돌했던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민주당의 패탁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고 했다. 민주당에 빗대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의 징계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
다만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은 공개 비판을 자제했다. 갈등이 장기화 되면서 이 대표 측과 친윤계를 모두 탓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활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이럴 때일수록 당이 하나 돼 민생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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