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orporate Venturing). 대기업이 역량과 자원을 스타트업들과 나누며 새로운 사업 영역과 청년 일자리를 발굴하고, 가치 창출은 물론 지역 경제와의 동반 성장까지 이끌어내는 육성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여러 곳이 젊은 피와 아이디어를 수혈하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CV를 시도한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CV를 만들고 일군 터줏대감이라 할 만하다. 2011년부터 CV 프로그램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Idea Market Place, IMP)’를 운영했다.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려 2020년부터는 서울창업허브(SBA)를 포함한 우리나라 주요 창업 보육 기관과의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지금까지 11년 동안 스타트업 7,880여 곳이 포스코 IMP의 문을 두드렸고 415곳이 선정됐다. 포스코가 단행한 223억 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받고 성장한 스타트업 138곳의 오늘날 총 기업 가치는 2조 원에 달한다.
숱한 스타트업들의 등용문이 된, SBA와의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 프로그램이기도 한 포스코 IMP의 스물 세 번째 발표 행사가 7월 7일 포항 포스코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열렸다.
포스코는 23회 IMP 발표 행사를 지금까지의 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앞으로 100년간 이어갈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의 청사진을 공개하는 자리로 꾸몄다. 이주태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을 비롯한 스타트업 CV 관련 임원, 이장식 포항시 부시장, 이점식 포항테크노파크 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장식 부시장은 “11주년을 맞은 포스코 IMP는 대기업 최초의, 나아가 업계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스타트업들이 포스코의 맞춤형 보육 프로그램을 받아 창업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 포항시도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는 IMP를 포함해서 포스코가 육성 중인 스타트업, IMP 졸업 기업과 사내 벤처 등 스타트업 여러 곳이 참가해 기술과 성과를 알렸다.
나비프라는 산업용 로봇의 고정밀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물류나 생산 공장에서 활약하는 산업용 로봇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작하도록 이끄는 것이 목표다. 현장에서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 하며 상승 효과를 내도록 돕는 관제 시스템도 설계한다. 세계의 산업 현장을 무재해, 무사고 현장으로 만드는 것이 박중태 나비프라 대표의 목표다.
신렉스는 합성 생물학과 미생물을 활용해 대장암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대장암 때문에 매년 1000만 명이 세상을 떠난다. 이재형 신렉스 대표는 미생물학 이론에 환자별 유전자 변이와 면역 조절 발현을 적용, 부작용 없이 종양을 없애는 맞춤형 항암제를 설계한다. ‘단 한 명의 암 환자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목표 아래 다른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시도한다.
아일로는 디지털 굿즈 올인원 플랫폼을 선보였다. 류지현 아일로 대표는 무엇이든 꾸미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게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쓰고 거래하도록 돕는 플랫폼 ‘Hapl(하플)’을 만들었다. 디지털 문방구를 떠올리면 된다. 아일로는 하플을 ‘태블릿 PC를 쓰는 세계 소비자 모두가 반드시 설치하는 앱’으로 만들 포부를 밝혔다.
바이브존은 K팝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모아 팬덤과 함께 성장하는 NFT 플랫폼을 만든다. 문화 예술 산업에 정당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박상범 바이브존 대표의 목표다. 팬들이 만든 고품질의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를 ‘Vibrary(바이브러리)’ 플랫폼에 모아, 누구나 쉽고 정확히 검색하고 사고 팔도록 돕는다. 서비스 시작 1년만에 경쟁 팬덤 서비스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
인공지능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기는 시대가 온다. 스타트업 에이아이포펫이 선봉에 선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반려동물의 사진만 찍으면 건강 상태, 질환 유무를 진단하는 인공지능 앱 ‘TTCare(티티케어)’를 개발해 CES에서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는 세상에 없던 인공지능 기술로 반려동물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전자 기기, 전기차가 보급되며 리튬 이온 배터리의 폐기 혹은 재활용 문제가 불거졌다. 리튬을 재활용하면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하다. 그린미네랄은 미세조류 클로렐라를 활용한 친환경 리튬 추출·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정광환 그린미네랄 대표는 리튬에 이어 니켈, 코발트 등 차별화된 금속 재활용 기술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70% 수율을 가진 클로렐라를 개발했고, 추가 공정 개발에 힘쓴다고도 강조했다.
포스코 사내벤처로 시작한 공새로는 건설 시장의 생산성을 높일 건자재 조달 플랫폼을 연구 개발한다. 남가람 공새로 대표는 건설 현장의 디지털화 유행에서 뒤쳐졌던 조달 사업 관리를 주목했다. 건자재 조달의 모든 절차를 자동화하고, 데이터 분석으로 공급망을 예측해 추천하며 원가 관리 기능까지 품은 공새로는 건설 현장의 원가를 30%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주명규 대표가 이끄는 세븐미어캣은 인공지능 아파트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든다. 주차 관제 시스템을 기본으로 서비스 영역을 꾸준히 늘려, 지금은 커머스와 하이퍼 로컬까지 품은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아파트와 입주민, 지역 상권과 서비스를 한 데 모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스마트 시티 시대를 앞당기는 것이 세븐미어캣의 목표다.
유니코트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레이저 금속 강판 프린팅 기술을 앞세워 생활 공간과 가전의 혁신을 이끈다. 금속면에 원하는 사진을 레이저 프린팅하면, 소비자는 자신만의 공간과 제품을 만들고 꾸민다. 박순홍 유니코트 대표는 포스코에서의 경력을 살려 만든 레이저 프린팅 기술이 강한 내구성, 짧은 인쇄 시간 면에서 현존 기술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포스코어는 전기 강판을 만들 때 나오는 철강 스크랩을 가공해 자성 분말, 모터 코어의 소재를 만든다. 김형진 포스코어 대표는 포스코와 함께 자원 재활용 기술을 고도화하고 고품질 원재료를 수급해 ESG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그 밖에 휴대용 스마트 가스 감지기를 선보인 노드톡스, 산업용 특수 케미컬을 출품한 서우인, 무용접 방식 배관 기술을 공개한 메가조인트도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기업들은 포스코와 연계해 사업을 벌인다. 체인지업그라운드 미디어홀에서는 박영준 이옴텍 대표가 생생한 스타트업 경영 경험과 성장 노하우를 전달하는 창업 스토리 강연을 열었다.
이주태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은 “포스코는 2011년, 청년 창업의 꿈을 함께 실현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고 스타트업 발굴 육성 프로그램인 IMP를 시작했다. 스타트업과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더 많이 발굴하고 협력과 네트워킹 기회도 강화하겠다. CV의 모범 사례이자 내실 있는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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