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8일 오전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驛) 인근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다 총에 맞고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뒤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총리급 인사가 피격 당한 것은 처음이다. 해상자위대 출신의 41세 남성 용의자는 총격 직후 현장에서 체포됐다.
아베 전 총리는 2006~2007년, 2012~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8년 8개월간 재임하며 일본 최장기 총리를 지냈다. 사임 이후에도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 수장이자 강경보수 세력의 구심으로 일본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그가 사망하자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10일 열리는 일본 참의원 선거는 물론이고 향후 일본 정치와 동아시아 정세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역 앞에서 가두연설을 하던 도중 오전 11시 31분경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5m 거리에서 쏜 총을 맞았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연설 시작 몇 분 뒤 ‘펑’ 소리가 나는 첫 번째 총성이 들렸고 다시 ‘쾅’ 하는 파열음의 두 번째 총성이 들린 뒤 아베 전 총리가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일본 소방당국은 아베 전 총리의 목 오른쪽 부위와 왼쪽 가슴의 심장 부근 피하에 출혈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본은 총기 소유가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총격범은 테이프로 칭칭 감은 사제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봤다.
아베 전 총리는 현장에서 긴급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구급차로 이송됐다. 이후 헬기로 옮겨져 총격 현장에서 약 25㎞ 떨어진 나라현립대부속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다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병원 측은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가 오후 5시 3분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아베 전 총리는 구급차에 처음 실렸을 때 의식이 있었고 외부 소리에 반응을 했으나 금세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폐정지 상태였다.
일본 언론들은 용의자가 나라시에 거주 중인 무직자이고 2005년까지 3년간 히로시마현 구레시의 해상자위대 기지에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용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었고 죽이겠다고 생각해 노렸다.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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