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정밀 지도 4분의 1 완성… “2030년까지 전체 지도 완성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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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해양 관측 데이터 기반으로 해저 지도 제작 ‘해저 2030’ 성과
나머지 77% 면적 데이터 수집 위해 자율·반자율 선박 운항 필요
지도 완성되면 기후 변화 예측 도움, 생물 다양성 연구에도 전환점 기대

대양수심도위원회(GEBCO)가 지난달 29일 2022년 버전으로 공개한 해저 정밀 지도. 지도에서 회색으로 나타난 부분은 기존에 
구축된 해저 정밀 지도 부분이며 빨간색으로 나타난 부분은 2021년 데이터가 추가돼 지도가 업데이트된 부분이다. 시베드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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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수심도위원회(GEBCO)가 지난달 29일 2022년 버전으로 공개한 해저 정밀 지도. 지도에서 회색으로 나타난 부분은 기존에 구축된 해저 정밀 지도 부분이며 빨간색으로 나타난 부분은 2021년 데이터가 추가돼 지도가 업데이트된 부분이다. 시베드 2030 제공
전 세계 바다 면적의 약 4분의 1(23.4%)에 이르는 바다 밑 지형을 담은 해저 정밀 지도가 완성됐다. 직접적으로 선박의 안전한 항해는 물론이고 해양 생태계 보존, 기후변화 모델 개선 같은 과학연구에서 빠져 있던 퍼즐을 맞출 필수 정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달 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2차 유엔해양회의에서 일본의 비영리단체 일본재단(NF)과 대양수심도위원회(GEBCO)는 “전 세계 해저 정밀 지도의 약 4분의 1이 완성됐다”고 공개했다. NF와 GEBCO는 전 세계 해저 정밀 지도를 만드는 ‘시베드(해저) 2030’ 프로젝트를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제이미 맥마이클 필립스 ‘해저 2030’ 디렉터는 BBC 등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에만 유럽 대륙 크기에 맞먹는 약 1000만 km² 면적의 해저 관측 데이터가 추가돼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등이 보유한 해저 관측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동의해 가능했다”고 말했다.
○ 2030년 지구 전체 해저 지도 나온다
해저 2030 프로젝트는 NF의 후원으로 정부 간 기구인 GEBCO가 전 세계 해저 정밀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2017년 6월 유엔해양회의에서 논의돼 2018년부터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저 정밀 지도를 완성하고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수심 데이터를 공개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달까지 전 세계 약 4200만 km²의 해저 지도가 완성된 것이다.

해저 2030 프로젝트에는 지금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수중 음파 탐지기(소나) 등 수심을 측정하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면 작은 요트부터 큰 선박까지 가리지 않고 측정한 데이터를 공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 해군에서 전역한 한 예비역 군인은 약 300만 km²에 달하는 해저 관측 데이터를 기부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해저 정밀 지도를 제외한 나머지 약 77% 면적의 해저 지형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다. 높은 해산이나 깊은 해구의 존재 여부를 저해상도 위성 관측 데이터로부터 추정하고 있다. 위성으로는 가로세로 각각 1km인 해상도로 해저 지형을 관측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상세함이 떨어진다. 수백 m 높이의 얕은 해산에 대한 데이터를 얻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해저 정밀 지도를 목표로 설정한 2030년까지 얻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선박이 왕래하지 않는 지역이 많아 관측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율·반자율 선박 운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해양 로봇 기업 ‘오션인피니티’는 78m 길이의 자율운항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승선 선원 없이 자율적으로 운항하는 선박으로 위성 신호 연결을 통해 제어되는 방식이다. 사람이 승선해야 하는 선박보다 값싼 비용으로 선박이 잘 드나들지 않는 지역의 해저 지형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필립스 프로젝트 디렉터는 “가로세로 100m 정도의 촘촘한 해상도로 해저 정밀 지도를 구축하려면 데이터 수집 방법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해저 정밀 지도는 생물다양성 연구·기후변화 모델 개선에 필수
해저 정밀 지도가 완성되면 직접적으로 전 세계 선박의 안전한 항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심해로 나아가는 선박들이 바다 아래에 어떤 지형이 있는지 알고 운항하는 것과 ‘깜깜이’ 상태로 운항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어자원 관리와 보존 전략을 수립하거나 해양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데도 전환점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저에 있는 높은 해산이나 산맥은 흔히 해양 생태계 다양성의 보고로 불린다. 해산이나 산맥 주위로 다양한 해양 야생 동물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선하는 데에도 해저 정밀 지도가 큰 도움이 된다. 해저 지형은 해류의 움직임과 해수의 수직적 혼합에 영향을 준다. 해류와 해수 표층·심층 혼합 작용 등은 지구가 받은 열을 지구 곳곳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저 정밀 지도 데이터가 있으면 기후변화 예측 모델에 해수의 영향을 반영해 기후변화 모델이 더욱 정확해진다.

GEBCO 측은 “해저 통신 케이블이나 해저 송유관 등을 설치하는 데도 해저 정밀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2030년까지 반드시 해저 정밀 지도 구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해저 정밀 지도#해저 2030#해양 관측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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