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이 발달하고 다양한 진단 기술이 나오면서 국내의 진료 수준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생소한 이름을 가진 희귀 질환의 경우는 증상을 특정 지을 수 없을뿐더러 관련 정보도 적어 환자 스스로가 증상을 인지하고 병원을 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다발성 캐슬만병은 림프구의 과잉 증식이 여러 림프절에서 발생하는 희귀 혈액 질환이다. 다행히 암은 아니지만 양성 종양으로 예후가 좋지 않고 림프절이 있는 부위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캐슬만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피로와 전신무력감이다. 감기로 의심할 수 있는 오한, 두통이나 관절염이 지속되다가 심해지면 손가락까지 휘어지는 증세가 나타나 자칫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오인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처음에는 단순 감기나 류머티스 질환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도 체중 감소, 전신부종과 간·비장 등 장기 비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홍조와 같은 피부 증상과 신경과에 해당되는 신경병증 등 진료과를 특정할 수 없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환자는 대개 최초 발생하는 증상에 따라 진료과를 찾게 된다. 류머티스 내과, 신경과, 피부과 등 2∼3개의 과를 전전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다발성 캐슬만병은 진행이 매우 빠른 질환이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평균 약 5.5개월밖에 생존하지 못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캐슬만병은 경우에 따라서 림프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캐슬만병을 진단 받은 환자의 27%는 2∼5년 내 암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질환의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증상이 워낙 다양하고 일반적이어서 쉽사리 캐슬만병을 의심하기가 어렵다. 운 좋게 혈액종양내과를 찾아서 검사를 하더라도 정확한 진단을 받기 어렵다. 빈혈, 혈소판 감소증, 저알부민혈증, 염증 수치 등 결과가 림프종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림프종으로 치료를 받다가 효과가 없으면 그제야 다발성 캐슬만병을 의심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까지 평균 27.5개월이 걸린다.
다행히도 캐슬만병은 진단만 제때 받으면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제는 건강보험급여 적용도 된다.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발성 캐슬만병은 인지도가 매우 낮고 유사한 증상을 가지는 여러 질환이 있어 증상만으로는 감별과 진단이 매우 어려운 병”이라며 “세포독성항암치료가 필요한 악성림프종과 감별도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캐슬만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제때 치료를 받으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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