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급등-코로나 확산 여파… 1인 자영업자 늘고 일자리는 줄어
“사장이 장사 안 된다며 시급 깎아”… ‘최저’ 못받는 청년 4년째 30%대
전체 연령층 평균인 15%의 2배…“내년 최저임금 올라도 그림의 떡”
경기 화성시에 사는 정모 씨(19)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올 5월부터 대학가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매주 15시간 일하는 정 씨의 시급은 80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1160원(약 13%) 적다.
그런데 편의점 점주는 최근 “이달 말부터 시급 5000원에 일해 달라”라고 제안했다. 여름방학이라 대학생 손님이 적어지니 시급도 깎겠다는 것이었다. 정 씨는 10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돈은 필요한데, 근처에 일할 곳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 달만 시간당 5000원을 받고 일하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 셋 중 한 명은 최저임금 못 받아
13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이 최저임금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4세 이하 근로자 중 최저임금(시급 8720원)을 받지 못한 비율은 33.7%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연령층 평균(15.3%)의 두 배 이상이다.
24세 이하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 비율은 2017년 28.2%에서 2018년 32.3%로 급상승한 이후 해마다 30%대 중반을 오가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최저임금위원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 부가조사’를 분석한 추정치”라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 부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자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을 지급할 여력을 갖춘 사업장이 줄어들었다. 고용 시장이 위축된 영향을 청년층이 받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고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신고와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 최저임금 인상에 줄어든 ‘알바’
젊은이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감수하는 것은 더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모 씨(19)는 시급으로 최저임금보다 660원 적은 8500원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사장이 ‘장사가 안 된다’며 임금을 깎았다. 부당한 건 알지만 근처에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 항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이중고’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고 항변한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5년 동안 41.6%나 올랐다. 일부 영세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가족 등을 동원하거나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또는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자영업자’는 2017년 5월 411만6000명에서 올해 5월 431만6000명으로 20만 명가량 늘었다.
○ 최저임금 올라도…‘그림의 떡’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올해 대비 5.0% 올랐지만 ‘그림의 떡’이라고 푸념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대전의 한 고깃집에서 시급 9160원에 주 25시간가량을 일하는 대학생 박모 씨(21)는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 등을 못 받다 보니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셈”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근무조건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이어지고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고용시장의 취약한 고리인 젊은층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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