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다음달 말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인 이른바 ‘칩4(Chip4)’를 위한 반도체 공급망 실무회의를 열겠다고 한국에 통보했다. 중국과 반도체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이 아직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참여에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 이에 따라 정부도 조만간 반도체 동맹 참여 여부에 대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 대만 참여 ‘반도체 동맹’ 구상 속도내는 美
13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회의 개최 계획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고 8월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3월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결정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갖자는 것. 미국에선 이 회의에 국무부와 상무부의 국장 또는 과장급 실무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는 반도체 설계기술 1위인 미국과 메모리 반도체 분야 최강자인 한국, 소재·부품·장비 분야 선두인 일본, 비(非) 메모리 반도체 강자 대만이 모여 반도체 투자 방안과 연구개발(R&D), 인력 육성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미국은 이를 통해 반도체 수급 전망에 따른 생산량을 조정해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향후 투자 및 기술 개발 방향을 결정해 중국의 도전을 따돌리고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일본과 대만이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한국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 반도체 수출의 62% 가량이 중국에 집중돼 있는데다 한미가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와 미 상무부간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 등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측면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만이 대부분의 반도체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한국이 중국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대만이 포함되지 않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달리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에는 대만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는 만큼 중국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대만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 협상에 대해서도 “중국 수교국이 대만과 공식적인 성격을 가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어떤 형태로든 당국간 왕래를 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 정부 “조만간 참여 여부 판단”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반도체 공급난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특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말까지 52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이 포함된 ‘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13일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 캐서린 힉스 미 국방부 부장관 등과 미 상원에서 반도체가 미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갖기도 했다. 러몬도 장관은 로이터통신에 “(미 의회가 휴회하는) 다음달 4일까지 혁신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경제와 군사 작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법인세 인상 등을 제외하고 반도체 지원 분야만 별도 법안으로 통과시키는데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반도체 동맹에 거리를 뒀던 한국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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