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2022년 6월, 전남 고흥 하늘에 울려 퍼진 환호성
지난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전라남도 고흥군 하늘에 울려 퍼진 환호성을 기억하시나요?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성공했죠. 높이 47.2m에 직경 3.5m, 총 중량 200톤의 실용위성 누리호는, 1차 발사의 아쉬움을 딛고 성공적으로 성능 검증 위성과 큐브 위성을 사출했습니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증명했죠.
앞으로 누리호는 소ㆍ중형 인공위성이나 GPS 위성, 달 탐사 위성 등의 발사 임무를 수행합니다. 지상에서 만든 다양한 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역할이죠. 이번 누리호 발사를 끝으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은 마무리하지만, 오는 2027년까지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누리호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뜻인데요. 더 많은 위성을 실어 보내거나 추력을 키워서 달 착륙선, 대형 위성 등도 실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죠.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7번째로 자력 위성을 발사한 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 소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로이터 통신, BBC, CNN, AP연합통신, ABC뉴스 등 해외 주요 언론에서 누리호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누리호는 지난 2013년에 발사했던 나로호와 무엇이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체 개발’ 입니다. 2013년 발사한 나로호는 러시아의 엔진 기술에 의존해 발사했죠. 나로호에는 추력 180톤의 엔진을 탑재했는데, 러시아에서 들여온 엔진이었습니다.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나로호와 별도로 30톤급 액체로켓을 개발했지만, 부족한 예산 때문에 하나의 완성된 엔진으로 만들지는 못했다고 하죠. 개발한 터보펌프를 시험하기 위해 러시아까지 갔지만, 폭발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현지 시험설비까지 모두 불타버리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반면, 누리호는 민관이 협력해 만든, 순수 한국형 발사체입니다. 누리호를 개발하기 위해 항우연을 비롯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산업 KAI, 현대중공업 등 무려 300여 곳의 민간 기업이 힘을 모았죠. 나로호 개발 참여 기업은 150여 곳이었다고 하니, 약 2배 규모의 차이입니다. 발사체 하나를 우주에 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지 실감할 수 있는 결과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주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혹시 ‘나사(NASA) 기술로 만든 콩국수’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서울 3대 콩국수로 유명한 가게의 콩국수인데요. ‘콩국수를 만드는 데 나사 기술?’이라고 의문스럽겠지만, 이 이야기는 진실입니다. 이 업체가 사용하는 믹서기 개발에 NASA 엔지니어가 참여했기 때문이죠. 해당 믹서기는 사용하면서 대화할 수 있도록 저소음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ASA는 ‘기술 이전 프로그램(Technology Transfer Program)’을 운영합니다. 우주선을 개발하면서 ‘일상에 적용하면 좋을 기술’을 발견하면, 해당 기술을 민간에 연결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연기 감지기, 선글라스, 나이키 에어, 정수기의 정수 시스템, 무선 전동 드릴, 무선 청소기 등 상상도 못 할 만큼 다양한 기술이 우주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파생했습니다.
우주 산업은 그 자체로도 의미를 지니지만, 연구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기술과 경험도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셈이죠. 조금 더 먼 미래를 생각해 보자면, 우주의 무한한 자원을 활용해 지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즉, 우주 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주의 자원이요?
그렇습니다. 이전 기사를 통해 우주 관광에 대해 소개했었는데요. 우주는 단순히 관광이라는 목적보다 더 실용적인 목적으로 들여다볼만한 가치를 지닙니다.
최근 여러 나라가 우주탐사 부문에서 경쟁하며 핵심적으로 ‘달’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달에 꿈의 에너지로 알려져 있는 ‘헬륨3(He3)’, ‘희토류’ 등과 같은 희귀 자원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달에는 헬륨3 약 100만 톤(t) 이상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헬륨3는 인류가 수백 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죠. 또한, 희토류는 전기차용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주요 물질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나라가 우주 탐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몇 년 간 코로나19 영향으로 우주 탐사 계획은 주춤한 상황이죠. 지난 2020년 3월, NASA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때문에 로켓 제작 시설을 폐쇄하며 달 탐사 계획을 중단했고, 유럽과 러시아도 화성탐사 프로젝트 ‘엑소마스(ExoMars)’ 계획을 2022년으로 연기했습니다.
또한, 지난 2020년은 태양계 공전에 따라 화성과 지구의 거리가 가장 가까웠습니다. 즉, 화성 탐사에 최적기였죠. 코로나19로 시기를 놓쳤지만, 더 멀어지기 전에 화성 탐사에 도전하려는 곳이 있습니다. 그 동안 중단했던 프로젝트도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죠.
작년부터 UAE가 ‘아말(AI Amal)’, 중국이 ‘텐웬1호(Tianwen-1)’, 미국이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를 차례대로 화성에 쏘아 올렸습니다. 착륙, 탐사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완전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일단 현재 쏘아 올린 모든 발사체는 모두 화성에 무사히 도착했으며, 임무 수행 성공 확률도 무척 높다고 합니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죠.
목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NASA가 목성 조사를 목적으로 발사체 ‘주노(Juno)’를 쏘아 올렸는데요. 목성의 대기, 물, 중력장 및 자기장 등의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하고자 발사했죠. 주노는 지난 2016년 목성 궤도에서 찍은 사진을 전송했고, 목성의 방사선 환경을 통과해 극지방을 촬영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임무를 종료하고, 2021년 7월에 목성으로 추락할 예정이었지만, NASA가 자연적으로 진화하는 목성의 가스 정황을 포착하고 임무 기간을 2025년까지 연장했습니다. 이렇듯 우주 탐사를 통해 우주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발견하고 있어 향후 관련 산업은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현재 우주 산업은 핵심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에 따르면, 우주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142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8조 5,341억 원)로 평가했으며, 연평균 12.25 %씩 성장해 오는 2029년 319억 9,000만 달러(한화 약 41조 7,24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달보다 더 먼 곳에서 우주를 탐사하고 관찰하는 모빌리티도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현재 화성에서 탐사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바로 인류 최초로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날고 있는 동력 비행체 ‘인저뉴어티(Ingenuity)’입니다. NASA가 만든 우주 회전익 항공기 인저뉴어티는 지난 2021년 2월 화성 탐사선 ‘피서비어런스(Perseverance)’에 실려 화성에 도착했는데요. 같은해 4월 화성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화성에서 비행하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성의 비행은 지구와 달리 만만치 않습니다. 화성의 대기밀도는 지구의 1% 수준이기 때문이죠.
인저뉴어티는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를 돌려 비행에 성공했는데요.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기체를 띄울 수 있는 양력을 얻는 헬리콥터의 상승 고도는 대기 밀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지구에서도 높게 올라갈수록 대기 밀도는 낮아져 약 5~6km 정도 높이에서만 비행할 수 있죠.
인저뉴어티는 화성의 비행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너비 1.2m, 무게 1.8kg로 제작했습니다. 프로펠러는 총 4개로, 카본 섬유로 만들어 역방향으로 회전하는 로터에 2개씩 탑재죠. 이 프로펠러는 분당 2,500회에 이르는 속도로 빠르게 회전하면서 양력을 만들어냅니다. 일반적인 헬리콥터 프로펠러의 약 2배 속도라네요. 또한, 영하 90도 수준의 추운 기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열 전지 기술도 적용했습니다.
화성 비행에 특화한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5m 고도로 약 80초 동안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기체에 탑재한 2개의 카메라와 컴퓨터, 내비게이션 센서 등을 활용해 화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지구로 송신도 했죠. 지난 2022년 5월까지 총 28회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NASA는 성공적인 화성 비행을 계기로 앞으로 화성의 더 높은 고도에서 헬리콥터를 빠른 속도로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NASA는 인저뉴어티 후임으로 무게 5kg, 날개 길이 3.4m의 ‘세일플레인(Sailplane)’을 개발했습니다. 세일플레인은 화성에서 풍향, 온도, 가스 데이터 등을 수집할 예정인데요. 인저뉴어티와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정보를 수집할 계획입니다.
우주 탐사를 시도하는 다른 기업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우주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도요타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함께 달 표면을 달리는 자동차 ‘루나 로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혼다도 우주 사업 진출 계획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우주 산업 진출 의지를 드러냈죠.
미국의 GM은 항공 기술 회사 록히드마틴과 함께 NASA가 진행 중인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사용할 ‘LTV(Lunar Terrain Vehicle, 월면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2명까지 탑승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데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우주 탐사와 관련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요?
우리나라도 우주 항공 산업 진흥을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3차 우주개발 진흥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달과 소행성의 자원 채취, 자원 활용을 위한 기초연구, 지질 자원 탐사 기초 기술 확보 등 우주탐사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진흥계획에 담았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오는 2022년 8월 달 탐사체 ‘다누리’ 발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 6개 나라만 달 탐사에 성공했는데요. 만약 다누리의 달 탐사 계획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7번째 달 탐사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우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항공우주청 신설을 포함했죠.
민간의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지난 누리호 개발에 3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했죠. 새롭게 맞이할 뉴스페이스 시대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무척 밝아 보입니다.
우주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한화그룹입니다. 한화그룹은 그룹 산하에 흩어져 있는 여러 우주 산업 기술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죠. 지난 2022년 1월, 국내 인공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를 인수하며 인공위성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등 우주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터보엔진에 주력하는 에스엔에이치는 누리호 터보펌프를 개발하는 등 소형 발사체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헬륨 고압탱크 개발에 참여한 이노컴은 해외 기업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죠. 이외에도 이노스페이스, 페리지항공우주 등 다양한 우주 산업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우주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지난 1967년, 유엔이 ‘지구를 제외한 모든 우주 공간은 어느 국가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우주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아직 국가 또는 기업 간에 문제가 생겨도 대립되는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죠. 하지만, 만약 기업끼리 우주 자원의 채굴과 개발을 두고 분쟁하면 어떻게 될까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국제 협약 또는 조약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련 기술의 국산화도 노력할 과제입니다. 누리호를 우리 기술로 만들어 발사했지만, 75톤 로켓 엔진은 사실상 러시아의 액체로켓을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역공학)한 것에 가깝다고 합니다. 앞으로 핵심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해야죠.
마지막으로, 정부와 민간의 활발한 기술 협력과 함께 기술 인력에 대한 합리적인 처우를 약속해야 합니다. 누리호 발사 이후 관련 기술의 민간 무상 이전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존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진들이 탄식했다고 하죠. 누리호는 12년이라는 개발 기간 동안 막대한 연구개발비용을 들여 수많은 연구자가 노력한 프로젝트입니다. 때문에 적절한 기술료 산정과 연구진에 대한 정당한 처우도 필요하다는 의견이죠. 기술 발전과 산업 선도를 위해서는 미래 기술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겠습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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