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플레 위기 타개 위해
사우디 찾아 손 내밀었지만 ‘빈손’
무함마드 “미군, 포로 학대” 인권 역공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탄압을 줄곧 비판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집권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찾았지만 원하던 원유 증산 약속을 얻어내지 못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꼽히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주먹 악수’를 나눴음에도 사우디 측이 “증산 논의가 없었다”고 선을 긋고 미국의 인권 탄압까지 되레 비판하자 실익 없이 모양새만 구겼다는 비판이 거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사우디 2대 도시 지다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났다. 그는 13∼16일 4일간의 중동 순방에서 다른 지도자와 만났을 때 스스럼없이 포옹했지만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주먹 인사만 나눴다.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카슈끄지가 2018년 피살됐을 때 무함마드 왕세자의 승인이 있었다는 이유로 순방 전부터 “잔혹한 독재자와 손잡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것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사우디가 몇 주 내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이란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중동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공동 견제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6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은 증산 및 이란 대응 논의가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란 역시 15일 대규모 무인기(드론) 전단이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미국의 압박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특히 CNN 등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포로를 학대한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인권 역공’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건을 언급하며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판했는지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 사안을 거론했다고 했지만 사우디 측은 부인했다. 그러자 16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이 ‘왕세자를 비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대통령을 향한 비판 여론은 더 커졌다. 카슈끄지가 속했던 WP의 프레드 라이언 최고경영자(CEO)는 “대통령의 주먹 인사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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