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중앙도서관 앞 저수지. 2009년 3월 UNIST 개교 이전까지 농업용이었던 ‘가막못’에는 파란 연꽃이 만발해 있고 그 사이로 거위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가막못 주변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는 학생들이 앉아 휴식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대학 캠퍼스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각 연구동 안에서는 인공지능(AI)과 리튬 2차전지, 게놈(유전체) 해독,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 첨단 연성물질 연구 등 미래를 이끌 첨단 연구가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 4개 과학기술원 가운데 막내인 UNIST. 올해로 개교 13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과 함께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국내외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자원과 활동, 성과 등 5개 지표로 진행한 ‘2021년 지역 과학기술혁신 역량평가’에서 울산은 전국 5위를 차지했다. UNIST 개교 이듬해인 2010년 15위에서 수직상승한 것. UNIST에서 석·박사 등 연구 인력을 많이 배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개교 이후 2020년까지 총 639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 가운데 울산지역 특허 실적은 388건으로 2∼4위 기관을 합한 것보다 많다.
지난해까지 UNIST 교수와 학생이 창업한 기업은 84개, 창업 기업 가치는 1조2328억 원에 이른다. 이화여대 이종관 교수가 2018년 발표한 ‘대학교 캠퍼스가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UNIST 설립으로 새로운 일자리 2만1835개가 창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가 전 세계에 3만여 개, 고용 인원 460만 명, 수입 창출액이 2500조 원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MIT가 올해로 개교 161년이 된 것을 감안하면 UNIST는 괜찮은 실적이다.
UNIST는 올해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THE의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178위, 국내 5위를 차지했다. 2025년까지 100위권 진입이 목표다. 개교 50년 이하 대학 평가에서는 세계 11위, 국내 1위였다.
‘상위 1% 연구자’로 불리는 HCR(Highily Cited Researcher)도 UNIST는 8명을 보유해 서울대 다음으로 많다.
단기간에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UNIST의 노력 못지않게 자치단체와 기업체의 지원도 컸다. 울산시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매년 70억∼100억 원씩, 총 1265억 원을, 울주군은 2010년부터 매년 50억 원씩 10년간 총 500억 원을 지원했다. 울산의 향토기업인 덕산하이메탈 이준호 회장은 300억 원을, 경동도시가스는 50억 원을 대학발전기금으로 쾌척했다.
UNIST가 봉착한 어려움도 많다. 외국과 수도권 등지에서 훌륭한 교수를 어렵게 초빙해도 얼마 있지 않아 수도권으로 옮길 궁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도권에 비해 교육 환경 등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용훈 총장이 “UNIST 주변을 명품 주거단지를 갖춘 과학문화타운으로 개발하면 좋겠다”고 말한 배경이다.
UNIST가 앞으로도 계속 울산의 도시 품격을 높여주고, 보다 많은 인류의 미래 먹거리 연구에 결실을 맺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그게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접어든 UNIST에 이 사회가 할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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