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한국 웹툰 시장은 그간 꽤 많은 스타 작가를 배출해왔다. 그런데 이들의 작품을 ‘클래식(고전)’이라 볼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면 살짝 망설여지는 게 사실. 하나의 전형이나 모범이라 부를 만한 반열에 올랐는지는 흥행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웹툰도 당당하게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 대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책이 나왔다. 2018년 6월 시작해 이달까지 출간된 ‘만화웹툰이론총서’ 50권과 ‘만화웹툰작가평론선’(커뮤니케이션북스) 50권. 무려 100권에 한국 웹툰의 역사를 꼼꼼히 담았다.
100권이나 되는 대장정의 첫발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 문화재단이 출연한 4억 원을 바탕으로 한국애니메이션학회와 한국캐릭터학회가 100권의 책을 펴내자고 기획했다. 웹툰에 대한 학술적인 이론과 제대로 된 평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전정욱 커뮤니케이션북스 편집주간은 “한국 대학엔 웹툰 관련 학과가 70여 곳이나 되지만 만화 실기 위주로 가르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2013년 1500억 원에 불과하던 웹툰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 원으로 성장했지만 관련 연구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엔 연구자만 64명이 참여했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국문학과·문예창작학과·문화콘텐츠학과·미디어학과 교수뿐 아니라 영화·문학평론가도 상당하다. 대표 기획자인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지식재산권(IP)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인 웹툰을 평가하려면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며 “웹툰 작가나 관련 PD를 꿈꾸는 청소년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다”고 설명했다.
‘만화웹툰이론총서’는 학문적 근거가 되는 기초 이론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종이책으로 보는 일본의 만가, 미국 코믹스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소비되는 웹툰의 장점을 분석하고, 최근 여성들을 주 독자로 하는 성인 웹툰이 떠오른 사회 문화적 배경을 파고드는 식이다.
‘만화웹툰작가평론선’은 유명 웹툰 작가들의 특징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이말년 작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떠돌던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병맛 코드’를 웹툰에 적용했다. 윤태호 작가는 인간성이 짙은 서사로 웹툰의 작품성을 높였다.
“세상의 모든 문화는 하위 문화에서 시작됐어요. 교수라고 고고한 것만 연구한다는 건 편견입니다. 웹툰은 이제 문화로 평가받아야 하고, 그 문화를 제대로 비평하는 게 학자의 역할 아닐까요.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일방적인 찬사, ‘웹툰 작가가 논란 있다’는 평면적인 비판 너머를 봐야 웹툰의 세계화가 가능합니다.”(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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