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던 시민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검거에 기여해 경찰 표창을 받았다.
2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배달기사로 일하는 A 씨는 지난달 23일 구인구직 어플리케이션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과정에서 한 업체로부터 휴대전화 대금 회수 업무를 하면 하루 20~40만 원을 당일 지급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A 씨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업체는 “절대 보이스피싱이 아니다”, “물품 대금 회수 업무다”, “보이스피싱이라면 금융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지 않겠느냐”, “교통비까지 다 챙겨주겠다”면서 A 씨의 의심을 피했다.
하지만 A 씨는 업체의 수상한 업무 지시사항을 듣고 정상적인 업무가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업체로부터 받은 지시사항은 “가명을 써라”, “고객에게 절대 먼저 접근해선 안 된다”, “지시가 있을 때까지 움직이면 안 된다” 등이었다.
결국 A 씨는 근처 치안센터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고, 센터 측은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답변했다. A 씨는 경찰에 보이스피싱 사례로 보인다고 신고했다.
이후 A 씨는 경기 안양시 만인구에 있는 지하철 1호선 관악역 근처 빵집 앞에서 업체가 지목한 B 씨를 만났다. B 씨는 인사를 건네는 A 씨에게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넸고, 경찰은 현장에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B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저한테 돈을 준 사람(B 씨)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줄 알았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구나, 생각했던 것”이라며 “알고 보니 (업체가) 돈을 쪼개기 한 것이더라. 돈을 분산시켜서 자기들에게 송금시키도록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B 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C 씨에게서 3500만 원을 받아 이 가운데 300만 원을 A 씨에게 전달하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 씨에게서 3500만 원 전액을 압수해 C 씨에게 반환했다.
경찰은 A 씨를 ‘피싱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을 전달했다. A 씨는 “사람을 만나서 쇼핑백 하나 건네주는 건데, 제보하지 않는 이상 (보이스피싱범을) 찾기가 힘들다”면서 “(보이스피싱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막기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신고했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진짜 목숨까지 내놓는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2개월간 전화금융사기 특별 자수·신고 기간을 운영 중이다. 이 기간 범행에 가담한 사람이 자수하면 형의 감경 또는 면제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