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시한폭탄’ 부동산
中경제 25% 차지하는 부동산
부동산시장 사상 최대폭 감소 예고
시진핑 3연임 악영향 될까 비상
《중국 부동산 부실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기업의 잇따른 부도와 공사 지연, 제때 입주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대출 상환 거부 움직임과 시위 등이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부실, 흔들리는 민심
10월로 예정된 제20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는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난에 따른 잇따른 민생 불만 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분기(4∼6월) 성장률이 0.4%에 그칠 정도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부동산 및 금융권 부실, 강력한 방역 통제 등에 따른 민생고로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언론 통제로 관련 보도를 막고 있지만 장기 집권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사회 안정이 절실한 그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특히 부동산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시 주석은 양극화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지난해 8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자)’ 개념을 주창했다. 이후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신규 대출 제한 등 강력한 규제를 펼치자 헝다그룹 등 대형 부동산 기업이 잇따라 부도를 냈다. 이로 인한 공사 지연으로 제때 집에 입주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 부동산 위기가 금융 부문으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중국 부동산 경기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 징후 또한 중국 경제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결국 28일 중국공산당 지도부 또한 당초 공언한 올해 성장률 목표 5.5%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 짓다 만 아파트서 생활
최근 웨이보, 더우인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건축이 중단된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동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중국에서는 이런 집을 ‘마무리가 좋지 않은 건물’이라는 뜻의 ‘란웨이러우(爛尾樓)’라고 부른다. 이들은 전 재산을 쏟아부어 아파트를 분양받고 분양금도 냈지만 건설사의 경영난으로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들어와 살고 있다. 마감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전기와 수도조차 없는 시멘트 덩어리 위에서 최소한의 생필품만 갖추고 살아가는 것이다.
곳곳에서 란웨이러우가 속출하면서 일부 피해자들은 공동 대응에 나섰다. 14일 중서부 산시성 시안에서는 1000여 명의 시위대가 시내 중심가의 은행 감독국 건물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였다. 아파트 분양 대금을 이미 납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건설이 중도에 중단되면서 입주하지 못한 분양자들이 모여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회사들이 집을 완공하기 전에 미리 집을 팔 수 있으며, 주택 구매자는 집이 완성되기 전부터 담보 대출 상환을 시작한다. 시위대는 대부분 건설 중인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아파트 공사 중단은 입주자들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은행권 부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들은 당국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됐다고 보고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공사 중단 아파트의 일부 분양자들이 산발적 시위를 벌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헝다그룹의 아파트 공사 중단으로 입주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집단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했다. 곳곳의 비슷한 피해자들이 동조하면서 상환 거부 운동 또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도 공사 중단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로 주택 공사가 멈춘 것은 유례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파(廣發)증권,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중국 내에서 건설이 중단된 주택건설 사업은 80개 도시, 230여 개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총 4조7000억 위안(약 932조 원) 규모의 주택 건설 공사가 중단됐다. 중단된 공사와 연계된 주택담보대출 금액 역시 2조 위안(약 390조 원)으로 추산된다.
○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우려도
부동산 기업의 부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오룽(寶龍)부동산은 26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원금과 이자 2129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중궈신원통신에 따르면 19∼26일 1주일 동안에만 바오룽을 포함해 4개의 부동산 기업이 자금 압박 속에 디폴트를 선언했다.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자금력이 약한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디폴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더 많은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최근 올해 중국의 부동산 판매가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 또한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해외에 진출한 중국 부동산 기업 중 20%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상반기 채권 디폴트(채무 불이행) 규모가 200억 달러(약 26조 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약 11조 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19일 진단했다. 특히 상반기 역외 시장에서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중국 기업은 총 19곳이며 그중 18곳이 부동산 개발회사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역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의 채권은 317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이며 상반기 지급이 지연된 역외 채권 상환금 대부분이 부동산 개발회사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의 첫째 위기는 부동산, 두 번째 위기는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 금융 및 은행 체계”라고 분석했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4% 정도다. 토지 구매 비용까지 고려하면 이 비율은 25%까지 올라간다. 부동산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위험하다는 의미다.
중국 컨설팅 업체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 역시 중국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은행 대출의 30∼40%가 부동산 관련 대출이며, 지방정부도 수입의 30∼40%가 부동산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세부 지표에서도 부동산 개발업이 창출한 부가 가치는 1조860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적지 않은 중산층은 부동산 침체로 결혼을 미루고 지출도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인 A 씨는 은행 대출을 끼고 200만 위안(약 3억9000만 원)에 허난성 정저우의 아파트를 계약했다. 하지만 업체의 경영난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A 씨는 허공에 날아가 버린 아파트 대출을 갚기 위해 가처분소득의 90%를 쓰는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그는 창업 및 승용차 구매 계획을 모두 포기했다. A 씨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과 뜻을 모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 PCR 과잉 검사에 지방정부 재정도 바닥
부동산 둔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는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의 후폭풍 또한 상당하다. 과도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강요에 대한 주민 불만이 커지고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25일 홍콩 밍보 등에 따르면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의 주요 PCR 검사소가 문을 닫았다. ‘다바이(大白)’라 불리는 검사원들이 임금 체불에 맞서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선양에서는 올 5월 24일 이후 두 달 넘게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사흘에 한 번 PCR 검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재정이 빠듯한 지방정부가 검사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고 불만이 폭주한 이들이 파업으로 맞선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 등 상반기 봉쇄를 겪은 대도시들 또한 공공장소 출입 시 72시간 내 PCR 검사 음성증명서 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베이징 펑타이구에서도 PCR 검사원들이 임금체불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 당국 “부동산 부실은 지방정부 탓”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당국이 1조 위안(약 192조 원) 상당의 자금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출해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2000억 위안을 1.75% 수준의 저금리로 민간 은행에 제공하고 이들이 추가적으로 각자 보유한 자금을 보태 부동산 개발업체나 지방 중소은행에 다시 빌려준다는 의미다. 이 조치가 단순한 부동산 부양을 넘어 잇따른 시위에 따른 사회 불만과 동요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동시에 부동산 부실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려는 속내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28일 경제정책 관련 회의를 연 뒤 “부동산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윤을 위한 투기는 계속 제한하겠다”며 지방정부가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과 민생고 시위의 도화선이 된 부동산 둔화의 책임을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에 돌린 셈이다.
또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제로(0) 코로나’ 정책 역시 고수할 뜻을 밝혔다. 중앙정치국은 “방역과 경제 발전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우수한 방역 성과를 거뒀고, 경제 발전의 성과도 이뤘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방역 정책을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중앙정치국은 올해 전체로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하반기에 물가 안정 등을 통해 경제가 합리적 구간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 ‘최선의 결과’를 쟁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쓰던 ‘경제사회 발전 목표 달성’ 대신 ‘최선의 결과’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당초 목표했던 올해 5.5% 성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통제 가능” vs “위험“ 평가 엇갈려
현재의 부동산 부실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과 이대로 놔두면 위험하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시 주석의 3연임 가도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김수한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가 토지를 소유한 중국의 특성상 부동산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결국 지주(地主), 즉 국가를 향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위기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당국이 ‘정의로운 중앙정부’와 ‘탐욕스러운 지방정부’로 갈라치기를 해서 지방정부의 부실 관리 등을 문제 삼겠지만 부동산 부실이 금융 부문으로 이전되면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 또한 급증할 수밖에 없어 예전에는 잘 통했던 이 해법이 계속 통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은 “부동산 부실 공사 현장 개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의 규모로 볼 때에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이 중국 금융 체계 전반에 위협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상황이 시 주석의 3연임 가도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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