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거세진 ESG 역풍 구호 아닌 성과를 보여줘야[광화문에서/신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일 03시 00분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ESG는 돈 낭비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사회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애스워드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ESG는 사기(scam)다. 엉터리 사회 정의 전사들에 의해 무기화됐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기업 이익과 주주 가치를 중시하던 기존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ESG는 친환경(E), 사회적 책임(S), 투명한 지배구조(G)를 제대로 수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만들어 점수를 매기고 있다.

ESG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글로벌 경영 화두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2020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ESG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자 판도가 달라졌다. 여기에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빈부 격차, 환경과 사회정의에 민감해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등장으로 ESG를 신경 쓰지 않는 기업은 ‘착하지 않은 기업’으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ESG 경영을 도입했다.

최근 몇 년간 무섭게 영향력을 끼쳐온 ESG가 경기 침체, 투자 위축,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이 심해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ESG 전도사’였던 블랙록부터 태도를 바꿨다. 블랙록은 6월 “투자한 기업들의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책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고객사들의 재무적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모두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비판했다. 평가 항목이 너무 광범위하고 기준도 ESG 평가회사들마다 제각각이어서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업 신용평가회사들은 서로 간에 상관관계가 99%인 데 반해 ESG 평가회사들 간의 상관관계는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ESG가 서로 충돌하는 목표를 한꺼번에 점수로 매김에 따라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5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테슬라의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지적하며 ESG 지수에서 테슬라를 제외시켰다. 머스크는 “(석유 기업) 엑손은 ESG 지수에서 세계 10위 안에 들었다. ESG는 사기”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엉망일 수 있지만 전기차를 대중화시켜 환경에는 도움을 주지 않았냐며 머스크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ESG가 지속되려면 실질적인 기업 성장을 돕는 경영 활동임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기업 가치 평가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다모다란 교수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ESG 경영이 기업 가치를 증가시킨다고 말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좋은 일에 대한 이야기는 줄이고 이를 반영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도 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불황#esg 역풍#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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