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아동이 ‘부(富)의 사다리’에 올라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종이나 가족 구성, 학군보다 고소득층 자녀들과의 우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의 교류가 활발한 지역일수록 계층 상향이동이 자주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 조직인 ‘오퍼튜니티 인사이트’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일 게재했다. 연구진이 25∼44세 미국 인구의 82%에 해당하는 7030만 명의 페이스북 친구관계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어린이라도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인 지역에서 자란 경우 성인이 된 뒤 미래 소득이 2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유한 급우들과 단순히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을 넘어,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많이 해야 계층 상향 이동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역별로 저소득층에서 탈출하는 비율이 서로 다른 이유를 밝혀냈다”고 평가했다.
저소득 가정 출신으로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원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는 지매리엘 보위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에서 부유한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게 됐다”며 “그때 경험이 내 삶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미국 사회는 이런 계층 간 우정이 점점 줄어들도록 구조화되고 있다”며 “사회가 불평등해지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녀가 저소득층과 어울리기를 꺼리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사회가 점점 더 분리되며 가난한 아이들이 기회를 잃고 있다”며 계층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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