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미국은 항상 대만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4일부터 3일간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는 첫 군사훈련에 나서는 중국은 “미국에 의지한 대만의 독립 시도는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주권이자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통일을 둘러싸고 미중 간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미중이 돌이키기 어려운 ‘대만 신(新)군사냉전’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차이 총통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43년 전 미국은 대만관계법으로 항상 대만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철통(ironclad)같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핵심 동맹국에 대한 방어 의지를 강조할 때 사용하는 ‘철통같은 결의’를 대만에 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3차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펠로시 의장도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미군 개입을 가능하도록 한 대만관계법을 강조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전날 밤 대만 도착 직후 공개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시 주석의 집권 강화로 중국에서 최악의 인권 상황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차이 총통과 회담 전 연설에선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해 시 주석 체제를 독재 정권으로 묘사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은 중국의 통일 대업을 방해하려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두파혈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국방부는 4∼7일 대만을 둘러싼 해역 6곳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 제2도시 가오슝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도 포함됐다. 중국은 훈련 지역에 선박과 항공기 진입을 금지해 대만이 고립 상태가 된다.
WP는 이날 “미중 관계가 영원히 바뀌고 대만이 그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밍보는 사설에서 “미중 관계가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며 “쿠바 미사일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대만에서 19시간 체류를 마치고 3일 밤 한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4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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